석도익 <칼럼>

뱁새와 황새

돌 박사 2013. 7. 21. 14:41

2013-07-21 오전 10:07:19 입력 뉴스 > 홍천뉴스

[석도익문인협회장칼럼] '뱁새'와 '황새'



 

지금은 그 숫자도 정확하게 셀 수 없을 만치 다양한 각종영상TV채널에서 24시간 방송을 할 정도로 경제가 융성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몇 안 되는 채널에서 그것도 늦은 밤 시간 때는 방송을 하지 않아서 볼 것이 없었던 때였다. 출근을 하려는데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에 궁금하여 엉거주춤 하고 서서 보게 되었다.

 

 

아침마당이라던가 하는 생방송 프로로 기억되는데 자기네들 집에는 아침 식사 준비나 해놓고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껏 치장하고 나온 주부들을 이십 여명 앉혀 놓고 당시 주부님들 사이에 인기 있는 남자 사회자와 여자 MC가 구수하게 시장의 물가 오름세를 걱정하며 서로의 가계 꾸려 나가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요즈음의 물가 오름에 대하여 개탄하며 시장 보기가 두렵고 가계 꾸려 나가기가 점점 힘들다는 이야기 들을 하고 있는데 대담하고 있는 내용을 듣다보니 뱁새가 황새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외모에 꽤나 신경 쓴 주부가 자기네 가정생활은 검소하고 알뜰하게 산다는 것을 은근히 광고하며 하는 말이 며칠 전 속옷이나 한 벌 살려고 크게 마음먹고 시내 백화점에 나갔다가 그냥 돌아 왔다는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기는 속옷이 한 30만원이면 되겠거니 하고 갔었는데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어 값만 물어 보고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왔다며 이래 가지고 어떻게 우리 같은 서민이 살아가겠느냐며 야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연설보다 더 뜨거운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다. 출근 시간이 바빠서 뿐만이 아니라 더 보기가 역겨워 아내에게 갔다 온다는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왔다.

 

직원들이나 주위 사람들이 은근하게 놀려대는 고물 승용차를 운전하며 출근하는 길에 그날따라 멋진 커다란 새 차들이 앞질러 추월해 가는 것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정말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어려워 서민은 옷 한 벌 사 입기가 힘든 것이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속옷이 30만원을 가지고도 못사는 것일까? 혹시 내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가? 아까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아닐까? 방송에서는 어떤 의도로 그러한 프로를 방영한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이 주위에 모든 것이 다 나름대로의 질서와 제 사는 법칙이 있고 높고 낮음과 많고 적음이 불균형인 것 같지만 그런 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지 아니한가? 일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어야지 모두가 일등을 할 수 는 없는 일 그러므로 우리네 사는 일이 천차만별이니 하나의 잣대로 재기는 어려운 것이리라, 어찌하여 30만원이나 가는 속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는 왜 갔으며 백화점이라 할지라도 요즈음 바람 든 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외제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이 어떻게 비싸다고 하는 것인가?

돈이 30만원이면 적지 않은 것이고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에 간다면 가족 모두의 속옷을 사고도 남을 만 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렇게 알뜰하다고 자화자찬하는 그 주부는 자기 분수도 수준도 모르고 마냥 황새의 우아한 모습만 따르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긴 거기에 출연한 주부들을 탓하기보다 요즈음의 세태가 모두가 멋지고 우아하고 다리가 긴 황새이고 싶어 하니 어쩌랴, 깊게 든 병인 것을…….

 

뭐가 뭔지도 아직은 모르겠거니 여겨지는 초등학교 아이들까지도 유명 메이커가 아니면 싫다고 투정이란다. 이러니 유명 메이커는 가격 붙어 있는 대로가 값이고 숫제 외국말 상표가 우리 시장을 휩쓸고 로열티가 영세 중소기업의 사업자금 보다 더 많이 외화로 지출된다고 한다.

 

허나 다행인 것은 역시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며 없는 사람이 살기가 제일 좋은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뒤집어 보고 바로 보아도 내 눈에는 유명 메이커와 똑같게 만든 상품들이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단돈 몇 천원에서 부터 흥정되고 또 재수 좋으면 진짜 유명 브랜드의 물건을 재고정리라는 세일에 아주 헐값에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유행이 한차례 춤추고 지나간 때늦은 감은 있다지만 유행이라는 것도 별 수 없이 다시 돌고 도는 것이니 잘하면 자기가 유행의 앞장을 설수도 있는 기회가 있을 것 이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라면 한 봉지로 허기를 때울 수도 있고 골목마다 즐비하게 내버린 가전제품이며 가구들은 고칠 필요도 없이 깨끗이 닦기만 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니 돈 들여 살 수 없는 처지라면 그냥 가져다 사용할 수 있으니 이렇게 없는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열심히 일한 자기의 수입에 견주어 살림을 꾸려 산다면 그렇게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지 아니한가? 마음과 몸이 건강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 싶다. 근면하고 억척스러운 우리민족이 은근과 끈기로 세계열강의 틈에서도 선진국의 대열에 먼발치 서 라도 따라가게 되기까지는 하루아침에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하여 가난과 기아에서 벗어나고 그때 생각으로는 꿈도 꾸지 못한 것들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모두가 흘린 소중한 피와 땀방울이 이루어 놓은 것이다.

 

이제는 복지사회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삶의 질을 높이자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꼭 부유하게 잘사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에 맞게 만족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생활의 만족도와 풍요로움을 지표화한 통계인 행복지수 1위가 중남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이고 다음이 베트남 그리고 콜롬비아라고 하며 한국은 63위란다. 지금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20위에서 60위로 오히려 과거보다 추락했다고 한다.

잘살고 못사는 것이 행복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황새를 앞질러 따라가려고 하는 뱁새의 행각은 세계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자살률하고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우리의 속담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한 것은 어떤 열등의식이나 자학과 포기의 뜻이 아닌 우리의 삶에 더 중요한 가르침의 뜻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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