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아름다운 세상 | |
소설가·홍천문인협회장 | |
| |
하루의 피곤을 휴식하도록 마련된 지난밤,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한 잠자리는 깊은 잠으로 충분하게 재충전되고, 추억의 꿈에서 아쉬운 듯 깨어나면 별도 달도 무대 뒤로 사라지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한다. 태양이 뜨는 하늘이 고맙고 삶의 터전인 땅이 아름답다. 하긴 이 세상에서 고맙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낳으시고 키워주신 훌륭하고 인자하신 아버지 어머니가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형제자매가 있어 좋고 어려운 일에 큰 힘이 되어주는 친척이 있어 외롭지 않으니 좋다. 창문 열어 눈인사하고 빗자루 마주 쓸며 함께 사는 풋풋한 이웃사촌들이 미덥고, 바른길 가르쳐준 존경하는 스승이 있어서 거침이 없었다. 네 것 내 것 나누지 않아도 좋을 사람, 언제라도 달려와 줄 친한 벗들이 있으니 답답한 가슴을 열어 소주잔 기울이며 밤새워 이야기 나누고 나면 벗은 서러움에 반갑다고 했듯이 마음의 흐림도 거두어 지고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세상의 모든 것은 받은 만큼 되돌려 주는 것이라 정성 들여 가꾼 덕에 화초들이 화사하게 꽃망울을 드러내며 계절 따라 피고 지는데 꽃은 다 아름답다. 깊은 산 속에 혼자 숨어 핀 금강초롱에서부터 길가에서 짓밟히면서도 굳세게 피어나는 민들레꽃까지도… 아름답고 예쁜 게 어디 꽃뿐이랴, 이웃이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마음들이 꽃의 아름다움에 비기랴 싶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들이 어느 한곳 부족함 없이 태어나게 해준 신께 감사하며 건강하게 자라준 것이 고맙고 더욱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얼어붙었던 마음까지 녹아 생동하는 봄은 희망이 있어 가슴 부풀고, 푸르게 성장하는 여름은 건강해서 좋으며, 결실을 맺은 가을은 풍요로워 넉넉하고, 잠자는 듯 조용한 겨울은 꿈이 아름답다. 새싹은 새로움의 잉태며 꽃이 지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소임을 다한 것이기에 추하지 아니하고, 단풍이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은 더 성장하려는 시작이다. 늘 새로움과 더 나아감으로 계속되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 휴가 온 듯 살다가 깨끗하게 정돈해놓고 다시 돌아가는 길은 허허로운 것이 아니라 만족스러움을 가슴 가득히 가져가야지…. |
'석도익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궁화축제와 한서문화제에 관하여 (0) | 2013.09.01 |
---|---|
위하여 (0) | 2013.08.19 |
뱁새와 황새 (0) | 2013.07.21 |
사람은 언제 철드는 걸까? (0) | 2013.07.07 |
핵을 가지고노는 사람들 (0) | 2013.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