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손자 녀석을 옆자리에 태우고 유아원으로 가던 길에 빨간 신호등임에도 지나가는 차들이 전혀 없어서 그냥 지나갔는데, “할아버지는 빨간 신호인데도 그냥 지나가면 어떡하느냐” 고 즉석에서 손자에게 지적을 당한 적이 있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를 지나칠 때면 더욱 조심하게 된다.

빗발치게 차량이 달리는 도로 빨간 신호등이 멈추게 하고 건널목에 녹색 불이 켜진 횡단보도에 앙증맞고 예쁜 유아원생 아이둘이 고사리 손을 번쩍 들고 건너간다. 이를 바라보니 마음까지 상쾌하여 콧노래가 절로난다. 즐거운 마음에 신이 나서 달리는데 다음 건널목에서 신호대로 직진을 하다가 벼락을 맞은 당황함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중학교 학생이 건너가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콩알만 해졌는데 그 아이는 스마트폰을 찍어가며 귀에는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여유 있게 건너간다. 이어서 이때다 싶었는지 중학생 고등학생 남녀 아이들이 줄줄이 건너간다. 신호를 보고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통로가 비어있느니 가는 것이다.
이 아이들도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때만 하더라도 신호등 지켜 손들고 건넜을 아이들이다. 길에서도 어른들을 만나면 배꼽인사를 하였을 아이들이 지금은 스마트폰을 조작하며 주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아 인사는 아예 잊어버린 것 같다.
얼이 빠져 더욱 조심스레 운전을 하고 가는데 이번에는 어르신 한분이 횡단보도도 없는 도로를 유유자적하며 건너온다. 사방에서 빵빵거리는 위험신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부자유스런 발걸음으로 건너시는 할머니는 귀가 충충하신 것 아닌가 싶다.
잘못한줄 모르고 저지레치고 불효 짓하는 아이들이나 젊은이에게 어르신들이 하는 말이 “철이 안 들어 그렇다고 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철이 든다고 했다. 철(哲또는喆)이 든다는 말은 도리를 알고 사리에 밝고 총명하고 분명하다는 것인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도 철이 들지 못하는 모양이다. 오히려 순수한 어린아이에서 나이가 들수록 삶의 풍상을 겪다보니 욕심은 많아지고 철은 빠져 나가는 것인가?
손을 배꼽에 모아붙이고 허리를 곱게 숙여 인사하던 어린아이, 건널목에서는 신호에 따라서 손을 쳐들고 건너가던 아이들이다.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만지지도 않고, 꼭꼭 존댓말하고, 쓰레기는 꼭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던 아이들이다. 이렇던 아이들이 철이 들어가야 하는 청소년기에서는 인사는 건성으로 하고 건널목은 손들기는커녕 신호도 무시하고 건너간다. 못된 상스런 말만 늘어가고 쓰레기는 자가가 아무데나 버려야 청소하는 사람이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어찌 알았던지 학교 복도에서도 생각 없이 버리고 재활용할 병도 그냥 버리지 않고 깨버리는 수고를 하고 있다.
왜 이리 철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뒤로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우리 모두 생각해야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대학을 갈 수 있고 또 취직을 잘할 수 있어 잘살 수 있는 길은 공부만 잘하면 되는 줄 알고 공부만을 주문하고 있다. 사람으로서 철이 들게 하는 일을 시키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철은 그냥 나이를 먹으면 자동적으로 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학생 교복의 길이가 너무 짧다고 걱정하면서도 여선생님의 치마길이는 학생들보다 길었는가? 학생의 어머니 치마는 어떠한지 그 언니는 또 어떤지 우리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선생님이 담배를 깊숙이 맛나게 빨아 당기는 모습을 학생들이 보고 있지나 않았을까? 학생이 화장실에 숨어서 담배 피는 것은 안 되는 것이고 술을 마셔서도 안 된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년이 된 사람들은 음주추태를 청소년들에게 숱하게 보여주는 현실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무었을 어떤 것을 본받아야 할 것인가?
“나는 바담풍 하지만 너희들은 바담풍 해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게 생각해 보자.
나이가 많으신 분이니 이해해라. 술을 먹고 정신없는 취중에 한 것이니 어쩌겠나, 선생님은 성인이니 짧은치마 입을 수 있지, 언니나 오빠는 성인이니 그래도 된다고 하지말자, 이는 다 철이 덜든 한심한 궤변일 뿐이다.
사람은 언제 철드는 걸까? 도리를 알고 사리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였는지 사람으로 철이 들었는지 자주 뒤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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