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살신모정은 당연한 것이다.

돌 박사 2013. 3. 16. 16:28

2013-03-16 오전 9:12:20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석도익 칼럼] 살신모정은 당연한 것이다.



 

▲ 석도익 홍천군문인협회장

 

1978년 3월 12일 겨울의 막장 추위가 어렵게 돋아나는 봄기운을 덮어 버리려는 듯이 폭설이 내려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던 내면 자운리 불발령 고갯길에서 살신모정의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추운 겨울에도 따듯한 제주도로 시집간 박정열 여인이 어린 딸을 앞세우고 오랜만에 친정나들이오던 길에 고개 아래 그리운 친정집을 찾지 못하고 추위와 어둠에 길을 잃고 헤매다 지쳐 쓰러지면서도 어린아이는 품속에 품어 살리고 자신은 동사하고 말았다.


얼어버린 어머니의 시체 품에서 살아있는 어린 딸을 구해낸 이후 박정열 여사의 살신모정에 세인들은 감동하였으며 홍천군에서는 여성단체가 주선하여 추모제를 지내왔으며 근자에는 군비를 들여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동상을 세워 그의 살신모정을 추모하고 있다.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만물은 자신의 다음 세대를 잇기 위하여 종을 번식시키기는데 일생을 바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집착한다.


하찮은 미물에서부터 덩치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새끼를 가지고 낳고 키우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을 잃으면서 까지 새끼를 키우고 지킨다.


여기에는 부정이나 모정이나 다를 바 없지만 대개의 경우 모정이 더 강하다.

곤충 중에 수정을 위하여 수컷이 정낭을 암컷에 빼 넣어놓고 죽어버리는 종이 있는가 하면, 어미가 새끼들이 먹이를 스스로 구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몸을 먹이로 제공하여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거미도 있다.


또한 움직이지 못하고 일생을 한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은 그들의 종을 번식시키기 위한 노력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다. 꽃 몽우리가 생겨나기 시작한 잡초를 뽑아버린다 해도 그 풀포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생명수분을 꽃에 집중시켜 죽정이가 될망정 씨앗을 남기고 말라죽어간다.


그 씨앗은 살신모정에 의하여 죽정이 씨앗일지라도 싹을 틔우고 뿌리내려져 그의 종을 이어가고 있다.

하찮은 작은 미물에서부터 모든 생물이 이러한 살신모정이 없다면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이 지구상에 자신의 후손을 건재하게 보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은 자식을 위한 모정은 더욱 깊을 것이리라. 자식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것은 어머니다. 이 지구상에 어느 어미든 박정열 여사와 같은 처지를 당했다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어머니라면 당연한 것을 했는데 어째서 우리는 그를 위대한 살신모정이라 추모하는가?


자식은 자식대로 자신의 독립된 인생의 삶을 갈구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자신의 나머지 인생을 즐기려하며,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내 인생은 나의 것 이라며 가정의 어느 누구에게도 종속되어지지 않는 개인인생주의로 독립하려 함이 주고받는 정을 희석시키고 있는 것이다.


관계성립을 하기보다는 자신을 내세우고 우리보다는 나를 챙기며 철저한 자기중심의 밤송이에 외톨이 밤이 되어간다.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생활을 즐기려 하고 늙은이들은 자신들이 일구어놓은 영역을 고수하려 한다.  아이는 소젖을 먹이고 유모차에 태워 놀이방에 보내고, 노인들은 자식들의 애기 돌보아주는 할머니가 되기 싫어 경로당으로 간다.


재산 때문에 부모를 학대하고 돈 때문에 남편과 아내를 형제를 죽이는가 하면 자신의 멋진 인생을 위해 가정을 포기하기도 하는가 하면 자신이 낳은 자식을 버리는 어미가 있는 세태에 와있음을 개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거늘 어찌해서 미물보다 못한 짓을 하고 있는지 마음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 편집자 주 : 칼럼의 내용은 홍천인터넷신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안영근 기자(hci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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