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스크랩] 책임을 들고 있어라

돌 박사 2009. 10. 1. 22:38

2009-05-21 오전 9:47:06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석도익 칼럼] 책임을 들고 있어라



언제나 정치권에서는 부적절한 일들로 인해 서로 엉켜 싸우는 일로 새 소식을 도배하고 있어도 명쾌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지거나 책임질 사람 없이 세월을 약으로 바르고 있다.

 

 “이 일은 내가 책임지고 완수하겠습니다.

 

얼마나 당당하고 멋지고 믿음직한 말인가?  직장에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면 그 기안을 결재하는 상사의 마음은 든든했을 것이다.

 

또한 아래 직원이 잘못하여 발생된 일을 위에 상사가 가로  맡아 “이것은 내가 시켜서 한일이니 내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면 그 직장은 계속하여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네가 살다보면 책임질 일과 책임을 져야할 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쪽에선 책임을 지라고 고함치고. 한쪽에선 책임질 일이 없다고 핏대 올리는 일들이 흔히 일어난다.

 

 “내가 책임을 지면 될 것 아니 야!”

 

이렇게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 지르는 사람은 그의 뒤가 동아줄처럼 든든한 끈이 있는 사람이던가 아니면 자포자기 해버린 사람의 마지막 출구로 쓰는 몸부림의 독백이다.

 

 처녀를 건드려 놓고 책임질 일이란 미혼이라면 결혼하면 되는 것이지만 기혼자이면 책임질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보증수표처럼 써먹는 책임진다는 소리는 부도 많이 나는 약속어음이라는 것을 대다수의 정신 있는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렇게 큰소리 치고 말한 사람 치고 책임지는 일이 별로 없고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남에게 전가한다던가. 내배 째라고 버티기 일쑤다. 

 

 “이일은 제가 책임을 지고하겠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라고 처음부터 책임감 있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들은 그리 흔치않다.

 

 이토록 우리네가 행하는 모든 일들이 그 끝이 확신을 가져올 수없이 불분명한 것이라서 그런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찌되었건 누구나 자신이 당당하게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지 잘하면 될 일이고 거짓 없이 바르고 정확하게 자신의 일 또는 맡은 일 들을 완수하면 될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일을 저질러놓고 발뺌을 하니 그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책임을 지라고 했을까?” 들고 있을 수도 있고  머리에 이고 있어도 될 것을…….

 

 우리 민족은 남에게는 인심이 후하다.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그렇게 냉정하고 야박하게 하지는 못한다.  “이에는 이 돌에는 돌" 로 친다. 고 말로는 하면서도 막상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일들도 처음에는 책임을 따지다가도 시간이 흐르다보면 잊혀 버리고 만다.

 

 우리나라가 농경문화이다 보니 농사짓기에 필요한 물건을 만든 것 중에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지게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아마 전 세계를 통 털어 지게라는 것은 우리나라 것이고 사람의 힘으로 어느 곳이나 불편 없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것 중에는 가장 우수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이 혼자서 무거운 물건을 가장 많이 그리고 편하게 운반할 수 있는 것은 등에 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무거운 책임일 지라도 지고 있는 것이 조금은 편하고 덜 힘들게 해주려고 책임을 지라고 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못 다한 책임을 완수하라는 것이 너무 강하다 싶어 조금 쉽게 해주기 위하여 책임을 지라고 했는데 막상 책임을 등 뒤에 지고 보니 견디기 쉽다.

 

또한 책임이 등 뒤에 있어 잘 보이지도 아니하니 조바심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분명히 책임을 지고도 어영비영 세월만 보내다 그냥 말아 버린다.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면서도 책임진다.

 

책임을 지라는 말을 우리들은 너나없이 쉽게 약속어음으로 주고 약속어음으로 받으며 통용된다.  그래도 부도나지 않고 처리되는 어음이 간혹은 있기 때문에…….

 

어릴 때 선생님들이 짓궂은 악동들에게 내리는 처벌 중 가장 많은 것이 무릎을 꿇고 눈감고 손들고 있으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장 약한 벌이 그냥 손들고 서있으라는 벌이었다.

 

 손들고 서있는 벌은 아프게 때리거나 힘든 체벌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웃으며 시작하지만 시간이 조금 길어지면서 손들고 있기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그냥 맨손을 위로 올린 것이지만 그렇게 손이 무겁고 힘들 수가 없었다.

 

 만약에 책임을 지지 말고 책임을 들고 있으라고 한다면 무서운 벌이며 무거운 책임일수록 들고 있기가 얼마나 힘들며 또한 자기가 들고 가까이 보고 있어야 하니 책임을 완수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이다.

 

 아니면 책임을 머리에 이라고 한다면 그 무거운 책임을 머리 위에이기 위해 얼마나 힘들고 목이 짓눌리게 되어 고생할 것인가?

 

 아무튼 사람은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동물이라 자신이 할 일 자기가 해야 할 일 자신이 책임 있게 완수해야 할 모든 것을 남에게 전가하고 회피하며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 때문에 생겨난 책임지라는 말이 너무 쉽다보니 등에 느긋이 지고 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슬며시 내려놓고 말아버리는 그런 책임으로 되어지고 있다.

 

 나는 강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책임에 대하여 자주 말을 하게 되는데   “책임을 들고 있으시길 바랍니다.”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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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화양의 예맥 (넓은 내 洪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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