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작품

오백년의 세월을 묻어버리고(3)

돌 박사 2008. 7. 5. 00:36

                           -박연폭포에서-

박연폭포의 물도 여위여 흐른다.

 벌거숭이산을 한참 굽이돌아 오르니 울창한 나무숲에 다다랐다. 그들이 자랑하는 박연폭포가 있는 명승지라 이곳만은 용케 산림이 보존되어 있었다.

 우리 지명으로는 경기도 개풍군 영북면 천마산록에 있는 폭포로 근처의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하나로 꼽힌다. 또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의 대승 폭포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명 폭포 가운데 하나이다. 계곡엔 맑은 물이 소리 내 흐르고 기암괴석이 명산임을 말해주는데 산림이 울창하면 새들도 날아다니며 노래할 법 한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새들은 보이지 않는다.

 예로부터 유명한 명산이라 시인묵객이 찾아왔다가 자신들의 이름 석 자 길이 남기려고 바위마다 각인한 것에 아쉬워 할 틈도 없이 웅장한 기암괴석 마다 온통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한 글귀들이 산을 도배해 놓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곳 주변에는 옛 선인들의 함자각인을 애써 지워버린 흔적이 많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폭포소리를 벗 삼아 득음을 하려는 명창의 소리가 들리는가?  시인묵객들이 경이로움을 찬양하는 시어를 들어 봄직 하거늘 태평성대 오백년 도읍지의 명승지에서 태평가 하나 들리지 아니하고 황진이의 춤사위 같이 너울너울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도 가물어 이곳의 기아현상을 말해주듯이 힘없이 질질 흘러내리고 있었다.


* 황진이는 조선중기 개성에서 활동한 명기이다. 기명은 명월(明月)로 일명 진(眞),진랑(眞娘) 등으로도 불린다. 시, 시조, 거문고, 노래에 능했으며, 조선중기 경기도 개성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녀는 일찍이 "송도에는 삼절이 있으니, 첫째는 박연폭포요, 둘째는 화담선생이요, 셋째는 곧 나이다."라고 하였다 한다. 아름다움과 기예가 함께 뛰어나서 그 명성이 온 나라에 가득했으며 서경덕 등의 명사들과 교유하여 많은 일화를 남겼다.

            - 박연폭포로 가는 곳곳마다 기암괴석에 새겨놓은 그들의 선동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