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작품

오백년의 세월을 묻어버리고(2)

돌 박사 2008. 7. 5. 00:07

                개성시내를 언덕에서 내려다본 전경. 관광지 외의 모든곳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음)

 

땅도 사람들도 표정을 잃었다.

 개성시내에 들어서니 빛바랜 단층주택이며 연립 같은 건물이 즐비한데 가끔 주민들이 보여서 그렇지 하나같이 폐허를 연상케 한다.  골목마다 군인이 빨간 깃발을 하나씩 들고 부동자세로 서있는데 시내라서 그러려니 했으나 농촌 마을길 입구마다 똑같은 자세로 서있다. 이들은 우리일행의 안전보호를 위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는 안내원의 말이나 실은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는 듯 했다. 경계병의 먼발치 뒤에는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서거나 앉아있었으며 가끔 우리 일행버스를 바라보며 손은 흔들고 있으나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에는 핏기마저 없는 듯하다.

 시내 변두리를 지나 박연폭포로 가는 길이 평양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도로 옆에 작은 이정표에는 평양이라고 써있는 것이 얼핏 보였다.

 개성은 분지 형으로 시내를 중심으로 주위에는 평지 토지가 많고 작은 언덕 같은  산은 모두개간을 하여 농지로 만들어 놓고 보리를 심었으나 이삭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제대로 자랐다면 청춘남녀가 숨어서 사랑을 나누어도 될 만한 시기인데 보리밭 골 사이로 붉은 땅이 그대로 들어나 있다. 모든 것을 눈에 담으려 애썼으나 지나치는 넓은 들판에서 소를 본 것은 두 마리였고 트럭을 세대 보았을 뿐 경운기나 트랙터도 보이지 않았다. 군데군데 깃발을 꽂아 놓고 주민들이 모여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높은 산들도 나무가 없어지자 개간을 하고 식량난을 해소하고자 곡식을 심어왔으나 이제는 풀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척박한 땅이 되어 황사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의심이 날 지경이다.

 햇살은 오월의 중순을 내달리고 있는 계절이니 녹색물결을 이루어야 되는 시기인데 여기는 아직 춘삼월같이 아직 물감을 칠하지 못한 그림같이 와 닿는다.

 하늘마저 잿빛으로 내려앉아 사람도 산야도 희망의 색깔이 퇴색되어 있음을 바라보니 안내원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는데 우리들의 무관심에 그들은 진땀을 빼며 말로는 안도겠다 싶었는지 노래를 부르나 사분의사박자 똑같은 음절의 노래에 흥이 나지는 않지만 너무나 열심인 그들에게 미안하여 억지로 치는 박수소리만 허공에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