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수필화)

1. 꽃중에 꽃

돌 박사 2007. 7. 5. 13:51

 

                          1. 꽃 중에 꽃

  높은 하늘의 뜻에 거스르지 아니하고 원망은 할지언정 순리에 따르고

지고지순한 땅에 고귀한 생명을 묻고 해와 달을 우러러 의지하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더불어 반만년 살아온 우리는 순백의 민족이다.

명분을 중하게 여기고 사리를 가려 행동하며 성품은 온화하며 정이 많으니 눈물도 많은 민족이다. 예와 효로 행하고 충과 애로 결속되며 신의로 이어가니 일찍이 세계에서도 군자의 나라라 칭송하는데 아끼지 않았던 대목에 무궁화가 있었다.

중국 상고시대 지리 풍속을 널리 조사기록한 산해경(山海經)에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 훈화초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시든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군자국은 한반도라는 것이 밝혀졌고 훈화초는 무궁화를 일컫는 중국의 옛 이름이다

단아하고  섬세하며 꾸밈없이 정갈스런 아름다움에 일편단심이라는 꽃말을 가진 무궁화는 무궁화목 무궁화 과의 낙엽관목으로 나무 전체에 털이거의 없고 가지가 많이 벋어 있으며 회색의 나무껍질은 단단한 섬유질로 되어있어 잘 부러지지 않으며 생명력이 강하여 꺾꽂이를 하여도 잘살며 종자가 많이 생산되어 번식력이 강하다.

 또한 예부터 무궁화는 민간요법으로 식용 관상용 공업용 약용으로 나무순에서부터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널리 애용되어 왔다고 한다.

무궁화 꽃은 우리나라 나무식물에서 피는 꽃으로는 크기가 후박 꽃이나 목련꽃 다음으로 큰데 꽃잎 다섯 잎이  눈처럼 새하얀 순백 바탕에 해맑은 핏빛 선홍단심이 꽃술 중심부터 빛살로 번져 나와 순백을 적시는 단심과  분홍빛 바탕에 진한보라의 홍단심도 있다.

 rose of sharon 꽃 중의 꽃 무궁화! 서구에서는 “신의 축복 받은 땅에서 장미처럼 아름답게 핀 꽃”이라 하는 무궁화, 군자의 나라 삼천리 땅에서 자라나 피어나는데 개화를 앞두고 꾸준하게 준비한 꽃봉오리는 꽃방에서 문을 열고 길게 밀고나와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여명의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다.

 이제 7월의 젊은 태양이 매일 아침 붉게 타는 해산을 타고 오르면 무궁화의 꽃잎도 서서히 기지개켜고 그 수줍으면서도 고고한 자태로 순결한 꽃잎 열어 햇빛을 포옹할 것이다.

 한낮에는 벌 나비를 유혹도 하지만 일몰이 가까워지면 별빛이 수줍어 열었던 앞가슴 여미듯이 다섯 꽃잎을 고이접어 언제 피었더냐? 는 모습으로 다시 꽃봉오리 되어 밤을 맞이한다.

 하루라도 나무에 꽃이 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철칙이라도 있는지 옆에서 다른 형제들이 내일의 개화를 준비할 때 이미 할일을 다 마친 꽃은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로 하루를 지내고 꽃을 피우고 하루를 보내며 꽃을 다시 오므려 꽃봉오리로 만들고 그 안에서 마지막 하루를 더 보내며 수정된 씨앗을 씨방에 갈무리를 하고 소임을 다 마친 꽃송이는 3일 만에 낙화한다.

이 세상에 모든 꽃들이 피어있을 때는 예쁘고 아름답지만 시들면 그처럼 추한 것이 없다. 어떤 꽃은 꽃잎이 가락가락 떨어져 흩날리거나 흉측하게 썩어 매달려 있는 것 등 한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지막 모습은 추하다. 그러나 무궁화만은 필 때 와 같은 꽃봉오리 모습으로 꽃술까지도 갈무리하고 마지막을 준비한다. 마지막 모습도 아름다운 무궁화! 수정된 씨방만 남기고 추해지기 전에 서둘러 꽃봉오리의 단아한 모양을 간직하고 미련 없이 모태 뿌리위에 낙화해 눕는다.

 떨어진 꽃은 색깔만 약간 누렇게 퇴색되었을 뿐 추하게 시들거나 가락가락 꽃잎이 분해 되어 어지럽게 날리거나 하지 않고 끝까지 고고한 군자의 모습을 흐트러지지 아니한다.      -이하 생략 -

                          석도익 작 수필 <일편단심 중에서>

'시화(수필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수난을 겨낸 인고의 꽃  (0) 2007.07.05
2. 우리나라 꽃  (0) 2007.07.05
문 창호지  (0) 2006.12.10
바르게 사는 세상  (0) 2006.12.10
수필화 사리암  (0) 200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