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얼빠지고 넋나갔다.

돌 박사 2025. 10. 31. 19:44

< 인생칼럼 >

            얼빠지고 넋 나갔다.

          소설가  석 도 익


살아있는 사람의 정신(精神)을 순우리말로 얼이라고도 하고, 고인의 정신은 영혼(靈魂)또는 귀신이라 하는데 순우리말로는 넋이라고도 한다.

현재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있겠지만, 조상님들의 기일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고인이 돌아가신 날을 기일로 하여 해마다 밤에 제사를 올리며 조상님의 음덕을 기리며 후손들에게 효와 예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

추석이나 설날에는 차례를 지내는데, 제사는 귀신이 활동하는 밤에 지내는 반면, 차례는 낮에 지낸다는 차이가 있을 뿐 내용과 형식은 거의 동일 하다.

제사를 지낼 때는 혼백을 모신다 하는데 전통적 음양론에 의하면 사람이 태어날 때는 하늘의 기운인 혼(魂)과 땅의 기운인 백(魄)을 받아 나온다고 한다. 즉, 혼과 백, 두 기운이 합쳐져 사람이 되고, 이 둘이 조화를 이뤄 양(陽)의 기운인 혼은 정신적인 일을 하고, 음(陰)의 기운인 백은 육체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늙거나 몸이 쇠약해지면 그 동안 합쳐져 있던 혼과 백은 헤어질 준비를 하고, 어느 순간 숨을 멈추면 혼과 백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그들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우리는 그 순간을 '죽었다', '돌아가셨다'고한다.

전통 장례에는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큰 소리로 초혼을 부른다. 몸을 떠나가는 영혼을 다시 불러들여 살려보려는 의식으로 망자의 옷을 들고나가 지붕 위나 높은 곳에 올라가 옷을 흔들고 망자의 이름을 부르며 몸이 여기 있고 가족이 있는데 어서 다시 돌아오라고 부르는 소리를 초혼이라 한다.

옛 사람들은 죽은 후 땅으로 돌아간 몸은 3년이면 완전히 흩어진다고  생각해 3년 동안 망자의 묘 근처에 움막을 짓고 시묘를 살았고, 하늘로 올라간 혼은 완전히 흩어지는데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해서 대략 100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보았는데 그 기간은 대체로 4세대 정도에 해당하는 기간임을 고려해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까지 제사를 지내는 '4대 봉사(四代奉祀)' 의 전통이 생겼다고 하는 설이 있으며, 4대봉사가 끝나면 일 년에 한 번 시제를 지낸다.

사람이 힘든 일을 했을 때 ‘혼났네.’하고 위로해 주는가 하면, ‘혼신을 다했다.’ 힘들었던 걸 ‘혼났다.’라고 하며, 혼비백산 (魂飛魄散)하여 도망쳤다.  흔히 꾸짖을 때 “혼내줄 거야” 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몸에서 혼을 빼낸다.' 고 하는 무서운 말에서 유래된 것임을 알고 나면 함부로 쓸 말은 아닌 것 같다.

또한 혼이란 순 우리말로는 넋이 인데 망자의 정신은 영혼으로 하고 이 혼은 실체가 없으니 귀신이라고 했으며, 혼은 우리말로 넋이라고 한다.

넋 나간 사람 같다든가 넋을 놓고 있었다. 라고하며 넋두리를 하는데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정신을 얼이라 하고 들어가 있는 곳이 얼굴이다. 얼굴에서 얼이 빠져나갔다 하면 멍청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고, 얼빠진 군 장병들에게 얼차려를 시켰던 것도 이러한 관점일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 행태를 보면 얼빠지고 넋 나간 것 같아 스스로 알아서 얼차려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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