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칼럼 >
씨앗을 팔 사람


소설가 석 도 익
욕이란, 사람의 삶속에서 최악의 상황을 근거로 생성되는 언어로 분노를 감정의 파도 속에서 언젠가 들어서 잠재되었던 언어들이 튀어나오는 날 선 말들이다. 그 욕들은 때로는 분노를 담고, 때로는 좌절을 품기도 한다.
사람들은 마음속의 울분을 풀어내기 위해 욕을 하기 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단순히 습관처럼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욕은 바람처럼 날아가도, 그 흔적은 상대의 마음에 파문처럼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말이 가진 무게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민족이 예부터 써왔고 지금은 청소년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내뱉는 욕이 “씨~팔” 이다.
이 표현은 흔히 “씨앗을 팔을 놈”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농경사회에서는 씨앗은 내일에 생명을 의미한다.
씨앗이 있어야 미래가 있으니 아무리 양식이 없어 굶주려도 다음해에 심을 씨앗을 보관해둔 종자씨앗은 팔거나 먹지 않았다.
또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이 있어야 함으로 불 또한 씨앗이었다. 성냥이나 라이터가 나오기 전에는 부싯돌로 불을 만들기는 했지만 집안에 불씨를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화로에 불씨를 재로 덮어두고 그 불씨로 매일같이 이어가야 되기 때문에 아녀자들은 노심초사 했으며, 만약 불씨를 꺼트리는 날에는 집안어른으로 부터 불호령을 면치 못했다.
우리말에 “올게 심니” 라는 말도 있다. 내년에 심어야할 귀중한 곡식을 상하지 않게 잘 갈무리해 둔다는 뜻으로 “올게 심니”를 씨앗과 연결 짓는 “올게”가 단순히 “올 것”을 뜻하는 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미래를 바라보며 준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마치 내년의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 씨앗을 갈무리하듯, 말 속에 담긴 마음으로 제주의 전통사회에서 씨앗은 단순한 농사의 재료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생명과 희망을 상징했다.
그런데 씨앗을 팔아버린다는 건, 미래를 팔아먹는 행위로 여겨져 배신이나 무책임의 부정적인 뜻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씨앗을 팔은 놈”의 18은 단순히 거래의 행위를 넘어, 공동체의 신뢰를 저버린 사람을 뜻하는 방언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 표현 속에는 사람들의 공동체적인 가치관과 생명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을까? 그런 어원을 생각하면, 단순한 욕설 이상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려진다.
“씨~팔” 이라는 욕에서 파생된 수많은 욕들이 생성되어 성(性)으로 변환하면서 중국에 조공으로 끌려갔던 여인들이 귀국해서 붙여진 이름인 환향여가 저속한 화냥년으로 까지 변질되어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욕들이 입을 더럽히고 귀를 오염시킨다. 하나같이 가슴 아픈 사연의 언어들이 욕이라는 불만의 배설물인 욕설로 사용되고 있다.
하긴 사람이 씨앗만 파는 게 아니다. 아름다운 자기 몸도 팔고 귀중한 자기 종자도 팔고, 국가의 기밀도 빼내다 팔고, 회사의 중요한 생산설계도 훔쳐내 팔고,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 던지 판다. 그러하니 “씨~팔“이라는 말도 욕이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얼마나 굶주렸으면 내년에 심어 곡식을 수확해서 가족의 생명을 이어갈 종자씨앗을 팔아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씨~팔”이란 욕은 목구멍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살만하니 그만해도 될 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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