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
지난날 초등학교 운동회는 온 마을의 찬치 이었다. 학부형도 마을어르신들까지 함께하는 운동회 그 마지막 경기는 이어달리기(relay)였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같은 편 선수의 바통을 넘겨받아서 이어달리는 단체경주(계주 繼走)야말로 열띤 응원으로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 후미를 장식한다.
이어달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잘 뛰어야 하겠지만, 제 위치에서 정확하게 바통을 이어받아 자기의 선으로 달려서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잘 넘겨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선수가 제 위치에서 있지 않았다든가, 바통을 땅에 떨구든가 하면 머뭇거리다가 뒤쳐진다든가 규정위반으로 탈락되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는 계주경기와 흡사하게 선거를 하여 지도자를 뽑고 새 지도자는 전임자의 바통을 물려받아서 이어달리는 것이다.
올해는 이른 봄부터 많은 선거를 하고 투표를 했다. 어느 어르신의 농처럼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찍었다.’ 그러나 아직도 더 있다. 사회단체장도 많고, 마을리장도 선거를 하는 마을이 많아졌다. 아마도 민주화바람이고 선진국대열에선 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군수까지 정당인이 돼야하고, 이들을 정치인을 만들어 자기편에 줄을 세우니 좁은 지방에서 주민마저 양분되어 서로의 단점들을 터 잡아 비방하여 불협화음이 일게 된다.
보궐선거는 얼마 남지 않은 전임자의 잔여임기를 위해 실시해야 하는 선거임에도 이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그 누구하나도 전임자의 잔여임기동안 그가 못 다한 일을 마무리 짖겠다는 공약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리 짧은 잔여기간일지라도 자신의 꿈같은 공약을 내걸고 그것을 해내겠단다. 그건 잔여임기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도 자신이 하겠다는 욕심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민주화가 성숙되고, 지방화가 꽃피워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아직 거름마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들 한다. 왜일까? 그건 이어달리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임자의 바통을 제대로 이어받지도 못했거니와 아예 받으려고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달리기만 하려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이나 4년제 시장군수는 국가이념이나 지방중장기발전사업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기간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내기위한 단기사업이나 인기제도밖에는 생성해내지 못한다. 국회의원은 이들을 도와 성과를 내면 자신의 업적으로 올릴 수 있으니 자기편에 줄 세우기에 급급하다.
전임자가 못 다한 부분을 먼저마무리를 하고, 잘못된 것들은 고치고 치우고 좋은 것은 이어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당선자는 전임자의 미완된 사업을 방치 한 채 자신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 성과 있게 추진되던 사업도 뒤로 미루어 놓는가 하면, 안된 부분을 터 잡아 전임자의 공을 깎아 내리기까지 한다.
일반 사회단체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온 사업이나 행사도 중지하고 자신이 새로 만들어 시작하던가 아니면 행사나 사업의 이름이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문구로 고쳐놓음으로서 자신의 흔적을 새기려 한다.
자신의 업적보다는 선임자의 치적을 찬양하고, 전에 위험을 진단 보수하여 사고를 방지하고, 그 위에 중장기발전을 실행하다가 후임자가 기꺼이 이어받아 뛸 수 있게 준비하여 자신의 명예보다는 모두의 이름이 새겨질 수 있는 이어달리기를 해서 우승을 해야 할 것이다.
당선자의 공약에 가장 먼저 전임자가 못 다한 좋은 일은 이어받아 잘 하겠다는 것을 꼭 넣도록 했으면 한다. 그럼으로 국가는 태평하고 국민은 안전한 나라가 되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고 또한 나라에는 이익이고 국민에게는 복이 되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이 되는 길일 것이라 생각하며.
민주정치 이제는 이어달리기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을 신정부와 새로 이어받아 달리기를 시작하는 모든 지도자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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