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칼럼 >
잃어가는 가장(家長)의 자리
남자는 열 사람의 식구를 능히 부양 하여야 한다. 하여 男(口+力)子라고 한다. 남자는 부모를 모시고 아내를 맞이하여 자식을 낳아 한 가정을 책임지고, 식구를 부양함으로서, 당연히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모든 일을 결정하고 수행함은 물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 일원으로 참여하고, 나가서 지도자의 역할도 능히 해야 함으로서, 남자에게 주어진 힘과 용기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왔다고 할 것이다.
옛날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오로지 힘이 있어야 하였으니 힘이 강한 남자가 가정에서는 당연하게 가장이었고, 가장으로 지혜와 위엄과 힘으로 경제활동이며, 가정에 대외의 모든 일을 대표하여 총괄함으로서 가장의 권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적당히 게으르고 힘들게 일하기 싫어하는 남자는 편하게 살기 위해 기계문명을 발달시켜 왔음으로,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일하게 됨으로서, 경제활동의 주체가 힘이 있는 남자만이 아니라 남녀 누구나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남녀동동으로 경제도 권위도 양분되게 이르렀으니 남자가 언제까지나 힘만을 믿고 가장의 자리에 장기집권을 할 수는 없게 되었다
사람에게 꼬리가 필요 없어 진화됐듯이 남자가 힘쓸 일이 없어지니 이 또한 자연히 힘은 퇴화되어가고 여인과 같이 예뻐지고 있다. 한편 누구나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니 남자혼자 벌어서가지고는 삶의 질을 논하는 현실에 온 식구를 부양하는 책임을 질 수 없는 시대에 이르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에 따르면 가계의 존속이 극히 중요시되었기 때문에 가족생활을 잘 다스려야하는 책임이 있는 가장의 권위가 특히 강조되어 왔다. 이런 점은 전통사회에서 각급 교육기관에서 사용된 수많은 교재들에 명백히 지적되어 있다. 즉, 가장은 가족원들을 엄격히 통제해야 하고 가족원들은 가장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할 것이 요구되었다.
이와 같이 오랜 전통으로 내려온 가부장제도에서 가장의 역할은 가정에 질서와 교육이 바르게 이어지고 가정과 사회나 국가에 효예의충(孝禮義忠)에 바탕이 되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인격과 양성평등 가정폭력 등에 끼친 단점도 적지 않아 민주화에 따라 가족법이 개정되고 호주제도가 폐지되었다.
산업사회와 가정의민주화에 호주 제도까지 폐지되고부터 가정 또한 핵가족으로 분열이 가속되어 인구는 줄어드는데 가구세대는 많아지니 계속 집을 지어도 부족한 현실이다. 한편 지난날 가부장제도에 대한 보상심리가 봇물처럼 터져 각종 미디어에서 앞 다투어 가정에서의 남자의 역할을 비하하는 코미디 연출하고, 사회는 빠르게 유행으로 물드니, 가정에서는 가장이 실종되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라며 가장을 포기하고, 아버지가 아닌 아빠로 아들 딸과 잘 놀아주는 친구정도이니 위엄이나 존경 따위는 사전에도 찾기 힘들어지고, 가장이 없으니 질서 또한 기준이 없고 기껏해야 어른 애 없이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주고 받고 있는 가정이라면 다행이다.
국가나 기관 사회단체 그 어떤 곳이든 대표가 있고 대표는 구성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위해서 의견을 들어 결정하여 해결해 나가야 하고 그 구성원은 각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인데, 가정에 가장이 있는지 아니면 누구인지 모르는 시대에 우리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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