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밥 먹었니? 밥 먹어라.

돌 박사 2018. 5. 1. 22:10



   < 인생칼럼 >  


                            밥 먹었니? 밥 먹어라!

  

  백수를 바라보시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밥 먹었니? 밥 먹어라!” 가 언제나 늘 하시는 첫 말씀이다.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했던 지난시절 팔남매를 낳고 키우시느라 얼마나 굶주리며 살아왔으면

회갑 고희 산수를 바라보는 자식들 에게 이런 말씀을 하실까,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지지 않을 수 없다.


                                                                                 
             소설가 석 도 익


  부모님은 손발톱이 닳고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셨지만, 귀여운 자식들에게 많이 먹이지도 못해서

빌기 먹고 종기투성이로 자라 몸은 왜소했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힘들게 사는 것이 한으로

남으셨으나, 모두 바르고 곧게 자라 자수성가하여 잘살고 있음은 누가 뭐라 해도 아버지 어머니의

은덕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의 자식이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되고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으니, 이제 증손까지 거느린

왕 할머니는 가솔들의 최고 어른이 되시어 그 많은 가족들의 일거일동을 챙기시려하시며 근심걱정을

하시나 자식들은 그저 노인네 잔소리로 흘려보내기 일 수다.

  나이가 많으면 몸의 구석구석이 제 기능을 잃어감으로 여기저기가 아프고 귀도 충충해져서 자식들이

어쩔 수 없이 언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불경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 어머니가 잠결에 급히 일어나시다가 쓰러지셔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라 급히 병원으로

모시려 하니 갑자기 병원에는 안 가시겠단다.

  왜 아프신데 안가시면 어떻게 하시냐고 하니, 노인들이 다 그러는데 자식들이 늙은이가 병들어서

힘들게 하면 병원에 갔다 버린다고 가지 말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적적하실까봐 넉넉한 공간을 마련하고 노인친구 분들이 자유롭게 와서 이야기도 나누며

지내시도록 해드렸더니, 모여서 나누시는 이야기가, 자식들이 병든 노인들을 버리고 학대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모양이다. 요즈음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이나 양로시설에 모시는 것이 현실인

마당에 각가지 사회병리현실이 부풀려져 노인 학대와 패륜의 시사가 노인들에게는 이것이 당면한

걱정거리로 두려움과 공포에 대상일 것이다.

  자식들이 병드신 부모님을 두고서 일터에 나가기도 힘든 일이고, 사회구조가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니 자연스럽게 거동이 불편하거나 노환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하루 종일 집 생각과 자식얼굴을 그리며 출입문만을 바라보는

자식바라기가 되어 인생 마지막을 살아가는 그것이, 낳아주고 길러주고 오직 가정과 자식만

바라보면서 살아오신 부모님에게 잘하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빈집에 하루 종일

몸이 불편하고 기력 잃은 부모님을 두고 밖에 일을 해야 하는 자식들도 못할 짓이기는

매한가지인 듯하다.

  “어머니는 부모를 요양원에 갔다 버리는 자식을 낳으시진 않으셨잖아요?”

이런 말로라도 안심시켜드리고 병원으로 향하며, 그 옛날 있었다는 고려장이란 이야기는

어떤 의미의 것일까? 아마도 그 시대에도 있을 수 없었던 이야기가 농으로 전해진 것이리라

생각하며 구멍난 가슴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