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청개구리의 후회

돌 박사 2016. 7. 20. 13:13

2016-07-20 오전 9:44:59 입력 뉴스 > 홍천뉴스

[석도익 칼럼] 청개구리의 후회



어느 작은 연못에 어머니 청개구리와 아기 청개구리가 살았는데 이 아기 청개구리가 얼마나 말을 안 듣는지 “들에 가서 놀아라.” 하면 산에 가서 놀고 “아래 풀밭에서 놀아라.” 일러 주면 위쪽 풀밭에서 놀고 있었다.

 

                                     소설가  석도익

어머니 청개구리는 너무나 속이 상해서, “얘야, 제발 엄마 말 좀 들어라! 네가 그렇게 말을 안 들으면 엄마는 속이 상해서 금방 병이 날 것만 같다.” 그래도 아기 청개구리는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그러다가 어머니 청개구리는 그만 병이 나고 말았다. ‘내가 죽으면 어디에 무덤을 만들어 달라고 할까? 무덤은 산이 좋은데 내 아들은 무슨 일을 시켜도 거꾸로만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심하다가 꾀를 내었다. “얘야, 내가 죽거들랑 산에 묻지 말고 냇가에 묻어라.” 어머니 청개구리는 아들이 모든 일을 반대로만 하기에 냇가에 묻으라고 하면, 분명히 산에다 묻어 줄 줄 알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어머니 청개구리가 돌아가자 그제야 자신의 못된 행동을 뉘우친 아기 청개구리는 울면서 결심했다. 여태까지 어머니 말을 안 들어 속을 썩여드렸으니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한 아기 청개구리는 어머니가 유언한 대로 냇가에 정성스럽게 어머니 청개구리를 묻었다.

 

그 후 갑자기 퍼붓는 비 때문에 냇물이 불어나서 어머니 청개구리의 묘가 떠내려갈 것 같았다. “야단났다, 개굴개굴! 큰일 났다, 개굴개굴! 우리 엄마 무덤이 떠내려갈 것 같다.” 하며 개굴개굴 울어야만 했다.

 

어린 시절 들었던 이솝우화다. 이 이야기 같이 우리는 늘 청개구리와 같은 우를 범하고 후회하면서 살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구한말 언론인이자 교육자며 목회자로 독립운동을 하신 선각자 한서 남궁억 선생님은 나라를 빼앗기고 희망을 잃은 우리민족이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권을 다시 찾고자 민족의 얼인 무궁화를 보급하고 노랫말을 만들어 전 국민의 가슴속에 국가라는 무궁화 꽃이 피어나게 했다.

 

일제의 갖은 악행에도 굴하지 않고 무궁화보급으로 민족운동을 한 죄로 옥고를 치르다 가신 한서 남궁억 선생님은 “내가 죽거든 과일나무아래에 묻어서 거름이라도 되게 하라”고 유언을 남기셨다.

 

유교 사상이 깊게 뿌리내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했던 시대에 선각자의 유언은 지금세상에서도 심금을 울린다.

 

그러나 그 유언의 실행은 산자들의 몫이다. 후손들이 어찌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서 과일나무 아래에 모시겠는가? 결국 청개구리가 될지라도 그리할 수 없어 보리울 유리봉에 유택을 마련하였다.

 

유언마저 말 안 듣는 청개구리가 아닌 유언만이라도 들어드리는 청개구리가 되어서 선생님의 말씀대로 과일나무 아래에 모셨다면 후세들에게는 진정 깨달음이 클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망자를 위해서가 아닌 산자들이 과시를 위한 넓은 묘지에 장엄하게 치장하는 장례문화며, 화장을 해서 간편한 유골을 다시 예쁜 항아리에 넣어서 보관하는 납골문화인 요금 선각자의 유언은 좋은 나침판이 되지 않을 까 싶다.

 

한서 남궁억 선생님이 나라 잃은 민족의 흩어진 민족정신을 한데 모으고 일제강압에도 굴하지 않고 목숨바쳐가며 보급하고 선양했던 무궁화는 님 의 뜻과 같이 온 국민은 나라꽃으로 알고 있으나 정작 국가에서는 나라꽃으로 제정하지 못하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무궁화를 국화로 하는 법제정을 국회의 몇몇 의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시도는 했지만 당리당략을 위한 법제정우선에 밀리고 청탁받은 법제개정에 뒤처지다 보니 꽃이 피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알 수 없는 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제정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을 가진 의원도 있다고 하며, “흰 꽃이냐 붉은 꽃이냐?” 묻는 의원도 있었단다.

 

어찌되었건 백단심이건 홍단심이건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미 나라꽃으로 국민은 알고 있으니 역사를 거슬러 올라 갈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