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굴러온 돌과 박힌 돌

돌 박사 2014. 12. 11. 20:36

2014-12-11 오전 9:56:30 입력 뉴스 > 홍천뉴스

[석도익 칼럼] 굴러온 돌 과 박힌 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 라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데, 박힌 돌은 토박이란 뜻이고 또는 기득권층을 말하며, 굴러온 돌은 외지에서 왔다던가. 모임에 새로 온 신참이라는 뜻일 것이다.

 

 

                 소설가    석 도 익

 

 

농경문화로 집성촌을 만들고 씨족사회를 이루며 살았기 때문에 지금도 안동 김 씨니 밀양 박 씨니 하는 본관이라는 그 성씨의 지명으로 족보가 만들어지고 호적에 기재되어 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똑같은 돌이라도 박힌 돌은 예전부터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내왔고 굴러온 돌은 다른 곳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박힌 돌의 텃세라는 것은 적지 않다. 하다못해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서는 한판 접고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며칠 안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다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다. 아침에 일어나 서울 가서 아침밥 먹고 부산 가서 점심 먹고 일 다보고 집에 돌아와 잠 잘 수 있는 시대다.

 

어느 누구라도 제자리에서 일생동안 살기도 어렵다. 직장이나 사업관계로 가족도 먼 거리에 두고 떨어져 살기도 한다. 젊어서 고향을 떠나서 살다가도 노후에 돌아와 살 수 있는 곳이 고향이고 고향을 마음에만 두고 멀리서 타향살이를 하다 그곳을 제2의 고향으로 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살면서도 우리들은 툭하면 굴러온 돌 박힌 돌로 편 가르기를 하는 때가 허다하게 일어나곤 한다.

 

그렇다고 박힌 돌이 고향을 지키느라 아무 곳도 나가지 못하고 오로지 지역을 위하여 살고 있는 것도 아닌듯하다. 또한 굴러온 돌이라고 언제까지나 이곳은 내 고향이 아니니 언젠가는 떠나야지 하며 늘 보따리 싸놓고 살고 있는 것 도 아니다.

 

박힌 돌이라고 지역을 위해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인재로 지역발전에 유용하게 쓰여 지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빼버려야 될 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필자도 박힌 돌에 해당하는 토박이지만 자랑할 것도 없다.

 

굴러온 돌이라도 언젠가는 다시 굴러가버리는 돌도 있겠지만 굴러온 좋은 돌은 오히려 지역을 위해서 이미 쓰여 지고 지역발전에 유용하게 쓰여 지고 있으니, 굴러온 돌이라고 쓸모없다하여 홀대받아야할 이유는 어느 곳에도 없다.

 

지난 날 본적지를 중히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타향에서 살다가 여러 가지 생활불편이 있어서 본적지를 옮기려면 5년 이상 현주소에서 살면 되던 때도 있었다. 그마저 지역감정을 없애려는 차원에서 본적지를 기록해야하는 민원서류도 많이 없어졌다.

 

이곳이 좋아 보따리를 풀고 살아 온지 30여년이 된 사람인데 아직도 외지에서 굴러온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아버지는 삼십년을 이곳에 살았어도 아직도 이곳이 타향이고 나는 이십년 살았는데도 여기가 고향이네요 실은 나도 학교 다니느라 계속 나가 살았는데 도요” 아들이 하는 말에도 가슴에는 멍이 든단다.

 

이 고장에 토질과 기후에 자양분으로 태어나고 자라서 이곳이 내 고향이겠지만 고향과 내 고장을 이제는 구분 지어야 할 때다.

 

움직이는 시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다. 다문화 세대다 세계화다. 언제까지 굴러온 돌 박힌 돌 로 돌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쓸모 있고 든든한 돌로 다시 논해야 할 것이다.

 

산에도 들에도 귀화한 식물들이 함께 자라고 우리와는 다른 민족도 내 가족 내직장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내 고장으로, 내 고장 사람으로 손을 잡자, 그러면 따듯함이 전해질 거고 그 따듯함이 바로 정이다. 우리국민은 사랑보다 정(情)이였다.

 

 

※ 편집자 주 : 칼럼의 내용은 홍천인터넷신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노현아 기자(hci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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