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시간은 간다고 한다.

돌 박사 2015. 1. 15. 23:31

2015-01-15 오후 4:38:20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석도익 칼럼] 시간은 간다고 한다



그들은 삼형제다. 하나같이 모두가 바쁘다. 조금이라도 쉬는 법이 없고 제 자리에 잠깐이라도 넋을 놓고 가만히 있는 것도 볼 수가 없다.

 

                                

         소설가   석 도 익

 그 삼형제 중에서도 막내는 마른 편에다 키가 훤칠하게 큰 녀석이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린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데 잰60걸음에 주파하는데 비하여 둘째는 막내가 한 바퀴 돌 때 겨우 한걸음을 띄어 놓는다. 그에 비해 맏이는 작고 뭉툭하여 잘 달릴 수 없게 보이듯이 막내가 60바퀴 돌아오고 둘째가 한 바퀴를 돌아오기까지 겨우 다섯 점 밖에 가지 못한다.

 

그렇게 천천히 가는데도 어르신들은 빨리 간다고 서운해 하는가 하면 젊은이 들은 너무 천천히 가서 신경질 난다고 하는 이들도 많다. 허나 시간은 빨리 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천천히 가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나이에는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지고 시간이 귀중한줄 모르는 어린나이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은 사람의 나이와 같은 속도로 간다고도 한다. 30대는 30km로 가고 50대는 50km로 가지만 70대는 70km 90대는 90km로 달린단다. 속도위반도 없단다.

 

사람이 만든 시계는 정해진 대로 늘 그럴게 가고 있을 뿐이며 서로 정해진 대로 일하기 때문에 병이 난다든가 배가 고파서 기진해 질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두 번은 셋이 다 모일 수 있지만 그것도 한순간이고 또 헤어져야 한다.

 

시간은 간다 하고 세월은 흐른다고 한다. 오고와서 끝이 없고 가고 가서 끝이 없는 세월은 시간에 의하여 흘러가지만 시간은 외상도 에누리도 타협도 사정도 봐주지 않고 역사와 함께 제갈 대로 간다.

 

그러나 세상에 가장 공평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며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을 우리는 살아간다고 한다.

 

시간을 아끼고 잘 활용하여 열심히 일한 사람의 인생과 시간을 낭비하고 쫒기다 허송한 사람의 일생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4348년의 새 달력 한 장에 반을 지나왔지만 음력은 윤달을 품었던 해라서 늦게 오는 새해라 좀은 여유를 부려보지만 이미 배당되어진 한해다. 이안에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즐겁고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도 있고 슬프고 불행하고 허황된 시간도 있을 수 있다.

 

욕심 많기로는 첫째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이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루도 시(時)로 나누고 분(分)으로 가르고 다시 초(初)로 잘게 쪼개서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랑하기에도 정을 나누기도 모자란 시간이다. 좋은 일하기에도 짧은 세월이다. 남을 미워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으로 남모르게 속 끓이는 시간이 있었다면 나의 인생에 큰 손해를 끼쳐준 잘못 쓰인 아까운 시간이다.

 

지금 이순간은 일생동안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다. 이 귀중한 오늘이 내일을 기다리는 시간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일은 내가 없더라도 언제나 내일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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