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넓은 내(洪川)이야기

[스크랩] 홍천강 이야기

돌 박사 2013. 8. 28. 21:28

                                     홍천 금학산에서 바라본 홍천강이 만드는 산태극 수태극  마을

 

 

                          넓은 내 이야기

                                                                     석 도 익

홍천의

강물은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고

깊지도 않고 얇지도 않으며

 

산은

위압적으로 높지도 않고 비굴할 정도로 낮지도 않았다.

 

들은

막막할 정도로 넓지 않고 궁색할 정도로 좁지 않으며

개 짖는 소리는 멀리 들리고 닭이 우는 소리는 한가했다.

 

 위의 글은 조선말 격동기에 선비의 상징적 인물로 철학자요 교육자 이신 화서 이항로 선생님의 화서집(華西集)에 기록된 글이다.

 화서 이항로 선생은 1792년 2월 13일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노문리 벽계마을에서 탄생하여 1868년 3월 18일 서거하기 까지 높은 관직이나 영화를 사양하고 백년대계를 위한 후학을 길러 나라에 근간을 세운분이다.

  선생은 고향인 벽계를 떠나지 않고 오로지 학자와 학문을 위한 교류와 후학에 힘쓰다 잠시 금강산을 다녀오는 길에 홍천을 지나치다 산과 강에 매료되어 자신의 나이마저 잊고 이상형 마을을 만들기 위한 꿈을 펼치던 곳이 홍천군 화촌면 홍천강 마지막 포구였던 삼포마을이다.

 그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하여 61세에 8년의 세월 동안 벽계를 떠나 홍천에서 이상형의 낙원을 만들어 가던 중 가정 사정으로 69세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게 하던 곳이 홍천의 산하라고 했다.

 산이 높지도 험하지도 않으니 이곳 사람 또한 모나지 아니하고 온화하며 강은 위협적으로 깊지도 갑갑하게 좁지도 아니하니 여기 터 잡아 사는 사람 또한 마음 넓고 정이 많아 홍천에는 송사가 없고 평온하여 관리가 정사보기가 수월하기에 누워서도 정사를 볼 수있다하여 와치현(臥治懸) 이라는 말이 있던 곳이 홍천이다.

 홍천읍 시내 중심을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 화양강은 전국에서도 유일하게 강 이름을 지역이름인 홍천강이라고 부르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의 특수한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흐르는 강물은 각 지역 물이 모이고 모여 여러 지역을 거쳐 흐르기 때문에 지역이름을 붙인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홍천의 강물은 다른 지방에 물의 유입이 전혀 없이 홍천군관내 지천을 모두 거두어 홍천 땅으로만 흐르기 때문에 홍천의 지명을 그대로 따서 부른다고 한들 누가 뭐라 할 시비 거리가 없는 유일한 지명을 붙여 부르는 강이기도 하다.

 사방이 산수화의 병풍으로 둘러친 듯이 크고 작은 산에 에워싸여 아늑하게 터 잡은 작은 분지인 홍천읍을 가운데 두고 9개면이 사방에서 변방을 지킨다.

태백준령자락인 내면 고원 뱃재에서 시작된 작은 도랑이 서석의 생곡에서 발원하여 계곡으로 흘러내려오는 홍천강의 물줄기를 만난다. 탄력을 받은 물은 동학운동이 역사에 무덤을 남긴 풍암과, 3.1독립만세 운동의 장터였던 동창과 두촌면 등지의 물이 북창에서 합쳐지며, 순민들의 마음을 빚어 내리며 화촌면을 감싸고 흘러와 공작산 푸른 깃에서 빠져나온 시린 물과 태학에서 합수되어 홍천시내를 가로질러 내려가 대룡산 물을 더하여 굽이치며 금학산 자락 마을 노일에다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을 그려놓았다.

 푸른 물살에 설악산 일부가 떠내려 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아 작은설악산이라 일컫는 팔봉산을 품어 안고 돌던 강물은 여유포구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홍천강은 남면에서 내려온 용수천을 더하여 듬직한 몸집으로 용트림하며, 무궁화로 민족의 얼을 찾아 조국을 수호하고자 무궁화 묘목을 심어 삼천리강산을 무궁화나라로 만들려했던 한서 남궁억 선생의 얼이 깃든 서면 모곡 보리 울에서 홍천군의 10개 읍면의 모든 지천을 다 모았다.

 홍천강의 거대한 물줄기는 청평호를 이루고 넘쳐흘러 북한강에 합류된다. 북한강은 두 물머리 양수에서 남한강과 합류하여 수도서울의 생명수로 한강의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을 바라보면 가슴 벅차게 떠오르는 마음속에 태양의 밝은 빛을 볼 수 있고, 하늘이 곱게 눈감는 일몰, 붉게 물드는 강물에서 송사리 떼 높게 뛰어오를 때마다 반짝이는 고기비늘과 물방울이 함께 석양빛에 물들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사 백리 물길 굽이쳐 흐르는 홍천강 언덕에는 선사시대부터 모여 살았던 선조들의 홍익(弘益)의 넋이 넓은 내를 수호하며 산맥(山脈)은 호상(虎狀)으로 용기 중천하고 수맥(水脈)은 용상(龍狀)으로 기상이 승천하니 인재 또한 출중한 무궁이요, 홍천은 무궁화의 고장으로 아름답게 피고 또 피어나고 있다.

 

 

 

 

 

 

 

출처 : 화양의 예맥 (한국문인협회홍천지부)
글쓴이 : drdol(돌박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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