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저 자식이요

돌 박사 2012. 3. 31. 15:12

2012-03-31 오전 11:44:38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석도익 칼럼] '저 자식이요'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날이 다가온다. 각 지방마다 일 잘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선량(選良)들이 바삐 다닌다.

 

▲ 석도익 한국문인협회 홍천지부 회장

 

평소보다 더욱 선량(善良)해진 그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90⁰이상 허리를 굽히고 두 손으로 감싸서 악수를 하며 자신을 뽑아주면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돈이 많이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사업도 지역을 위해서 하겠다고 크고 많은 공약을 하기도 한다.


하긴 잘 뽑은 국회의원 하나면 지역에 숙원사업도 해내리라 기대하며 지역민을 대표하여 정치판에 나가서 잘 싸울 수 있는(?) 일 잘 할 사람을 뽑아서 내보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할 일을 대신하여 할 사람이니 실은 부탁해야할 사람은 이들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다. 우리를 대신해서 열심히 일해 달라고 사정해야할 사람은 오히려 유권자인데 왜 이렇게 뒤바뀌어졌을까?


정말로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일 것이다.


정부나 기관이 제대로 국민을 위하여 바로 일하고 있는지, 법에 따라 국리민복을 위하여 일하고 있는가, 감시하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억울한 일 없이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지 알아보고 연구하여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해야하며 정부를 잘하도록 견제하고 국민이 잘살도록 살펴주는 것이 그들의 할 일이니 너무나 많고 힘 드는 일일 것이다.


이런 많은 일들을 해내느라고 국회의사당에서는 서로 패 갈림을 하여 허구한 날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힘든 일들만 하고 별다른 대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저토록 국회의원 한 번 하겠다고 많은 정치 후보자들이 자원하여 나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전기톱까지 들고 목숨 내놓고 싸우며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직인데도 서로 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좋은 일도 더러는 있는 것 같다.


평생 공직생활을 청백리로 하다가 정년을 마친 내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이제부터 어떤 선거든 투표를 하지 않겠단다. 원리원칙 대로 사는 친구가 이런 말하는 것이 의아해서 물으니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선거 날 투표는 빠짐없이 해 왔는데 자기가 찍어준 사람이 도둑놈이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도둑질하라고 뽑아준 것 같아서 이제는 아예 투표를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세상이 온통 부정한 것 같아 누가 되어도 그렇게 될 것이라면 굳이 자기가 찍어서 당선된 사람이 부적절한 일에 연류 되었다면 자기가 도둑과 공모한 공범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몇 안 되는 소수의 일이 전체가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만, 뉴스에 자신이 찍어준 사람이 부적절한 일에 연루되어 자주 나온다면 이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일까 짐작이 간다.


이 친구의 생각처럼 선거구민들은 그의 사람됨을 믿고 일을 잘해달라고 투표로 결정하여 의회나 자치단체장이 되게 했는데 자신의 사욕이나 정권쟁탈에 정신없는 것이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면 이런 선거구민의 실망이 얼마나 클까 생각해볼 일이다. 실망에 앞서 이 모든 것은 유권자의 책임이라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일이다.


우리지역은 민주역사이래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사리분별력이 있어서 유능하고 바른 사람만 선택했음으로 지역발전은 크게 이루지는 못했지만 불미한 일을 저지른 분들이 없어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인터넷상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있다.


어느 지방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가 있었는데 이 지역 국회의원도 참석했단다. 원장은 의원님이 오신 것에 황송해하며 아이들에게 “여러분을 사랑하는 국회의원님이 오셨습니다” “모두 인사하세요”하고 소개했다.


아이들은 합창하듯이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고사리 손을 배꼽에 모으고 허리 굽혀 인사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느낀 의원님은 이 아이들이 자기의 이름을 혹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만약 모른다면 이 기회에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면 부모님에게 좋은 이미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여러분 내 이름 알아요?”하고 말하자 또 합창하듯이 “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의원님은 너무 흥분되어 “내 이름이 무어에요?”하고 다시 묻자 여러 명의 아이들이 “저 자식이요”라고 대답했다.


TV에 비친 의원님을 보고 있던 어른들이 “저 자식”이라고 했던 것이 아이들은 국회의원의 이름인 줄 알았을 것이다.


민주화 시대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정치를 하고자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고 막대한 경비를 써서 국민의 대리인을 뽑는 선거다. 깨끗한 한 표로 바른 사람을 뽑아 선거구민 얼굴에 먹칠안하고 나랏일 잘하게 하자. 

 

 

김하나 기자(hci20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