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격세지감

돌 박사 2012. 3. 10. 13:16

[석도익 칼럼] 격세지감(隔世之感)



친구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한 적이 있었다.

 

▲ 석도익 한국문인협회 홍천군지부장

 

그는 평상시에도 차를 난폭하게 운전하는 습성을 알고 있었는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초보운전자 수준으로 운전하는 모습이 의아해서 “너도 나이를 먹으니 사람되어간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나 이 친구 대답은 예외다. “내가 그러고 싶어 그러는 게 아니라 저 앞에 차와  뒤에 차를 보고서 말하라”는 것이다.


나는 경찰순찰차가 있나 해서 살펴보았지만 경찰차는 없었고 잘생긴 차들이 즐비하게 함께 달리고 있었다.


의아해 하고 있는 데 참 바보 같은 친구를 두었다는 어조로 지금 우리 차 앞뒤에 차가 외제차라서 그런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잘못하여 외제차에 손상이라도 입혔을 경우에 책임보험으로는 어림도 없어 생돈 들어가는 판이라 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이라며 자기가 한번 당해본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씁쓸히 웃어 보인다.


나는 남의 차에는 크게 관심도 없을뿐더러 차는 빨리 갈 수 있는 교통수단에 불과하니 좋은 차든 작은 차든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터라 어느 것이 외제차인지조차 분별하지 않고 사는 나에게는 새로운 사실이었다.


생활이 윤택해져서인지 아니면 외제차가 국산차보다 성능도 좋고 값도 저렴해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즈음은 거리를 달리는 외제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나도 그들과 나란히 달릴 때도 많았던 것 같다.


자동차는 빨리 갈수 있는 편리를 제공받는 대신에 위험도 높아 자칫하다가는 귀중한차에 손상은 물론 건강한 몸도 다치고 무엇보다도 하나밖에 없는 생명도 앗아 가는 무서운 기구라서 이때를 대비해서 보험에 가입하여 조금이나마 마음에 의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자동차 보험이라는 것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책임보험과 교통사고의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종합보험이 있다.


간혹 책임보험만 들고 종합보험을 안든 차주 때문에 힘들어하는 교통사고도 있는가 하면 무보험 차량도 있어서 종합보험을 들 때 이를 대비하여 무보험차량과의 사고시대비하는 보험료를 별도로 추가해 들어야 하니 이래저래 법을 잘 지키고 사는 서민들이 봉인 셈이다.


그런데도 값비싼 외제차와 사고 시는 보험금지급 최대한도를 넘어서는 비용에 대하여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외제차 때문에 주눅이 들어 난폭운전을 하지 못하여 사고예방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신에 외제차가 난폭운전을 더 많이 하고 있으니 이에 놀라고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의 행동에는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어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지금 우리나라도 상류사회와 의 사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땅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수는 없고 앞을 보고 내일을 향해 열심히 살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정부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부를 누리는 사람들이 각자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 가야할 때이다.


인터넷에도 자동차 보험에 대한 합리적인 제안들이 많이 올려지고 있는데 이를 귀담아주었으면 한다.

 

 

안영근 기자(hci10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