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밤꽃 향기가 온 마을에 퍼지는 6월이면 생각나는 6.25 전란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는 두고두고 한으로 응어리져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알밤을 줍는 일이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닌 유년기 외딴집, 갯가 강둑에 줄줄이 서있는 아름드리 밤나무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통통한 알밤을 떨 구어 이른 가을부터 아침잠을 설치게 하는 곳이었다.
하얀 꽃이 파도의 물보라 같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밤나무 숲을 바라보며 “전쟁이 나면 피난 갈 때 저 밤나무를 가지고 갈까?” 형의 말에 가장 어린 네 살 박이 나는 “그래 우리 베어서 끌고 가자!” “바보! 베면 나무가 죽어서 밤이 달리지 않으니 뿌리 채 뽑아가야지” 바로 위에 누나의 말이다.
이렇게 전쟁이 날거라는 이야기는 그즈음 북괴군공비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마을에 퍼지고 있을 때라 어린우리들에게도 예감이 있었던지 밤나무 이야기를 한 다음날 실제로 전쟁이 일어났고 우리 집은 풍기박산이 되어 아버지는 국군으로 어머니는 우리 형제자매들을 걸리고 들쳐 업고 피난을 떠났다. 물론 밤나무는 가져갈 엄두도 못 내고...
그로부터 60년이 흘러갔다. 그들이 남침을 하고 유엔군이 참전을 하니 전력이 딸리니까 잠시 숨 좀 돌리자고 휴전선을 그어놓고 총부리를 겨누며 쉬고 있는 휴전중이다.
세월이 오래 가다 보니까 휴전인지 종전인 지 분간키 어려워 가끔은 통일이 머지않았다는 착각에 낮 꿈도 꾸어가며 그렇게 보낸 세월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휴전상태의 분단국가며 세계에서단하나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변종된 공산국가 북한이다. 이들과 우리는 같은 민족이다.
이 한민족이라는 것 때문에 정에 끌리고 핏줄이 당겨서 그래도 어찌하란 말인가?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할꼬 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굶주린 동포들을 구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우리민족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들은 끝내 많은 인민들이 굶어죽고 있는 경제난국속에서도 인민을 볼모로 원조 받은 물자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핵무기를 개발하여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하면 공해상에 있던 천안함을 어뢰로 침몰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한 그들을 위하여 계속하여 우리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가며 퍼주어야 하는가? 천안함의 고귀한 영령 앞에서 정치적 망발을 웬 말인가?
이 모든 것이 우리 기성세대가 안일하게 지내온 후유증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들에게 당하고 보고 느낀 그대로 우리들의 자식들에게 전해주지 못하여 그렇지 않은가 하는 자성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픈 상처는 우리세대로 족하지 아이들에게 만은 절대 상처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사랑이 잘못된 정이었음을 이제 깨우쳐야 할 일이다.
이제 그들은 우리 민족이라고 그립다고 그냥 포옹만하여도 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60여년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그러니 120여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으로 멀어져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크게 소리쳐보아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아주 먼 거리에 가있다. 이번의 계기로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되어 안보를 강화하는 일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처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한 북한에만 우리민족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연변 구소련에는 사할린 등 에 살고 있는 우리민족의 핏줄을 이어가는 동포들이 많다. 이 모든 해외 동포들에게도 대한민국이 그들의 조국임을 자랑스럽게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우리들이 북한동포와 함께 같은 맥락으로 무엇이라도 지원해주자. 그것이 조국이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60여 년 전 밤나무를 가져가려던 6.25전란은 긴 세월에 걸쳐 멈추어 있지만 밤꽃은 해마다 6월이 되면 흐드러지게 피어파도처럼 일렁이는데 아직까지 서로 등 돌리고 반대로 멀어져만 가고 있다.
하루속히 반대로 가던 방향을 멈추고 돌아서서 마주보며 뛰어서 다가온다 하여도 통일이 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세월을 함께 노력해야 할 민족의 염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