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작품

소나무

돌 박사 2009. 6. 19. 00:15

                                 소   나   무

                                                                                            석 도 익

 

                변하지 않는 절개와 뛰어난 기품으로

 사시사철 푸르른 잎을 지녀서 강인한 인상을 주는 소나무는 대나무와 함께 송죽지절( 松竹之節 변하지 않는 절개) 을 상징하거나 송교지수(松喬之壽 인품이 뛰어나고 오래 사는 사람) 을 가리키는 데 인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산에 널리 분포되어있는 나무 중에서 대표적인 소나무는 역사와 함께 삶을 같이 했다.

 동네 어귀에 서낭이 되어 액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 되기도 하고 장승으로 깎아서 천하대장군과 지하 여장군에 임명하고 마을로 들어오는 모든 재앙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게 했던 것이 소나무다. 그 강인함과 청아함이 민족성과 닮아서 더욱 친근하게 사랑받아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이 남아선호사상이 특별했던 것은 장손이 집안의 대를 이어 야 한다는 뿌리의 개념에서다. 그러므로 형제 중 맏이를 귀히 여기고 우선 하듯이 소나무도 가운데 있는 순이 장순으로 위로 곧게 가장 잘 자란다.

 나무의 중심부 에 있는 장순은 둘레에 여러 가지와 함께 돋아나 자라지만 장순이 더 많이 자라고 다음해 장순에서 다시 장순과 가지가 자라기를 계속하는데 장순이 꺾이거나 잘못되면 옆에 있던 다른 순이 장순을 대신하여 위로 곧게 자라려고 하지만 굽어지거나 위로 자라지 못하고 옆가지가 넓게 퍼져 목재로서는 쓸모가 없어진다.

 요즈음은 소나무가 정원수로 각광을 받아 오히려 장순이 잘못되어 옆으로 자란 나무가 인기가 있다고는 한다.

 또한 소나무는 탈피과정 또한 경로사상과 모태보호가 유별나다. 나무가 자람에 따라 새껍질이 계속 생기고 소임을 다한 묵은 껍질은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것이 모든나무가 다 그러하지만 소나무는 계속 나무에 붙어있어 추위를 막아주고 있는가하면 젊은껍질이 늙은껍질을 놓아버리지 않고 함께 업고산다. 
 

 
            헐벗고 가난한 시대 동반자로

 소나무는 가난의 상징같이 생각된다. 소나무가 씨앗이 발아되어 싹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산에 나무나 풀이나지 않는 황무지로 유기물이 없는 헐벗고 척박한 땅이나 바위 절벽 틈새에서 또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절개한 절개지 부분에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 어디서 날아왔는지 솔 씨가 싹을 틔워 잔솔밭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나무씨앗은 가난한 시대 헐벗은 산에서 발아가 잘 되고 자라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는 나무다.

 소나무로 집을 짓고 낙엽으로 불을 지펴 밥을 짓고 몸을 녹이고 청솔가지로 섶 다리를 놓고 이웃을 왕래하고 청솔가지로 옹기그릇을 구웠다.

 흉년에는 속껍질을 벗겨 송피로 연명했는가 하면 송화로 다식을 만들고 송엽으로 차를 끓여 손님을 대접하고  송진으로 다치거나 부스럼의 상처를 치료하였다. 

 이뿐인가, 솔잎 뜯어 떡 찌고 술 담그고 옹이나 관솔로 어둠을 밝혔다.

 소나무는 죽어서도 그 진액이 복령이 되어 사람을 이롭게 하며 송이를 자라게 하여 향기를 전한다. 이토록 모든 것을 주고 가는 소나무는 가난한 시대에 버팀목이 되었었다.

 지금도 수난과 고난의 역사를 지켜온 소나무를 보면 일제강점기에 전쟁을 치루기 위해 소나무는 유일하게 기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송진을 채취했던 흉터를 가지고 있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소나무는 늘 푸르른 기상과 변함없는 절개와 강인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위안 받으며 살라 했는지도 모른다.

 소나무의 잎을 보면 천생연분으로 둘이 만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같이 있고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고 둘이 붙어있는 솔잎은 금술 좋은 부부를 연상케 한다.


 

 

               초라하거나 비굴하지 않은 고고한 자태로

 소나무는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간다. 흙 한줌 물 한 방울이 없을 것 같은 바위벽 틈새에 뿌리내리고 살지만 청록색의 색깔이 변하여  비굴하게 보이든가 고개 숙여져 애처럽게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인한 자태로 의연하게 서있다

 소나무는 잎이 있는 부분을 모두 잘라버리면 다른 나무처럼 움이 나와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죽어버린다. 결코 생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소나무는 가을에 가지 끝부분에 봄에 내놓을 순을 준비해놓는데 이것이 다치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곳에 새순을 나오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가지가 잘리면 잘린 부분에 즉시 송진이 나와서 외부와 차단시켜 놓음으로서 더 이상 세균이나 빗물이 침범하여 나무가 썩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취한다.

 근자에 이르러 소나무가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 솔잎혹파리가 전국을 강타해 많은 소나무가 폐사 당했지만 국가에서 총력을 기우려 가까스로 살려놓으니 다시 재선충이 못살게 흔들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온대지방에 대표적인 나무라 기후 변화로 아열대 화 되어가는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버티어 낼 것인지 걱정이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산에 나무가 없이 벌거숭이든 때 소나무는 묻어두었던 씨앗을 터트려 치산과 기아를 모면하게 도와준 덕택에 우리나라 전역에 모든 산들이 각고의 노력과 경제적 여유로 푸른 숲으로 덮였다. 낙엽이 켜켜이 쌓여 땅은 기름지고 수풀이 무성히 자라나 비옥한  산이 되었다.

 지금은 어떤 산에도 이런 비옥한 땅에는 소나무 새싹이 발아되어 자라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가 가난하지 않다는 증거의 하나인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풍요로워 지지만 우리 민족의 사상과 은근의 끈기를 닮은 소나무가 더 이상의 싹을 틔우지 못하여 자라나는 어린나무가 없다면 미래를 향하는 푸르른 기상이  쇠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한낱 기우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