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위하여

돌 박사 2009. 6. 10. 22:04

[석도익 칼럼] 위 하 여



 

바람 한 점 없는 도시의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에 밀고 밀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의 존재를 생각 할 때나 대자연의 웅장한 비경 속에서 자신을 비추어 보면 너무나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그 누구나 낳아주신 부모가 있고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그리고 가족을 중심으로 연결된 일가 친인척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삼천리 역사 유구한 한민족 내 조국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콧등이 시큰하게 저려올 때가 있지 아니한가.


또 어떤 때는 그 무엇을 위하여 살아왔는지 말할 수 없지만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왔다.


가끔 내 나이를 잊어버리고 머뭇거리며 아직은 어리고 젊음만이 풍부한 마음과는 달리 흰 서릿발이 내린 머리를 거울에 비추어 바라보지 않는다면 세월이 이렇게 흘러갔는지를 모를 것 같았다.


눈을 감아본다. 종교를 가진 이들처럼 기도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누구인가 보려고 하는 짓이다. 주위에 잡다하게 존재하던 것들이 일시에 어둠으로 가려진다. 다만 생각 속에 그려지고 생각을 하고 있는 나만이 존재한다고 느껴진다.


내가 있음으로 모든 것이 나에게 존재하였고 내가 없다면 모두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은 나의 착각이다.


내가 없더라도 태양은 어김없이 동쪽에서 붉게 뜨고 밝은 달도 모양 바꿔가며 지고 별빛도 흐르고 꽃도 피고 지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달라질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이 허무하고 야속하기만 하다.


외로운 홀아비 바람이 휭휭 불어와 가슴을 뻥 뚫고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위하여 살았나? 잘살기 위하여? 부모를 위하여 한 것은 무엇인가? 아내, 자식들을 위하여 살았다고 굳이 말하고 싶진 않다.


더 나아가 사회를 위하여?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가서 국가를 위하여?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서 세계 인류를 위하여? ·· 별로 없다. 나를 위한 이기심 보다는 못하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 하기 싫은 공부, 마지못해 배운 것, 힘든 일 억지로 해온 것,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함께 행동한 것 그런 것들이 전부이다.


그것이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다. 결국 나를 위해 한 것이라고는 일하기 위해 먹은 것하고 피곤해서 잠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대가를 위하여 나는 나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하여 살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란 끈에 매어지고 이웃의 굴레에 들어 사회와 국가에 소속되어 이 땅위에 기생하며 아귀같이 살지만 나를 대신할 수 없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몸이라 나는 나를 사랑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묘한 거다. 내가 내 등을 밀 수 없듯이 직접법 사랑이 아니라 간접법 사랑인 상대방 등 밀어 주기다.


그래서 나아닌 다른 이(꼭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음)를 사랑함으로서 내가 준 것 이상으로 되돌려 주길 바라는 확실한 계산적 사랑인 것이다.


주고받는 손익 계산이 맞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이 생기고 그것이 늘어나면 싫어지고 더 커져 미움이 되며 미움이 굳어져 폭발하면 싸우게 되는 것이 우리의 사랑법지 싶다.


조금만 사랑이 더 오는 듯 싶으면 “사랑해요”를 자주하고 작은 오해에도 장밋빛 질투에 가시로 찌르고 서로 사랑하다 돌아서면 동지섣달 찬 서리 내린 살벌한 벌판을 비치는 그믐달빛 같은 원한서린 눈빛으로 서로를 미워하며 산다.


진정한 의미로 나를 위하여 사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나를 사랑할 수도 없으면서 이집의 두꺼운 껍질 속에서 지독한 욕심하나로 살 바에는 차라리 그 무엇을 위하여 살고 싶어진다.


나를 사랑하기 위하여 너를 사랑하리라.


그리고 모두를 사랑하기 위하여!

홍천인터넷신문(hci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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