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반쪽도 나눌 수 없다는 선거법
석 도 익
옛 어르신들은 콩 한 톨도 반쪽으로
나누어 먹으라고 했다.
더불어 살아가라는 아름다운 말이다.
몇 년 전에 우리지역구에 국회의원의
초청장을 받고 민의에 전당인
국회의사당에 간적이 있다.
그는 어려운 여건임에도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저술한 책의 출판기념회에
지역인사들은 초청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초청해 준 것이 고맙고
내 지역 사람이 어려운 정치무대에서
잘나가고 있는 것이 자랑스러워서
많은 분들이 모이라고 한 장소에서
2대의 전세버스로 올라왔다.
국회 의사당 내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거물정치인들이 많이 참석하였고
장소가 장소인지라 엄숙하다.
국회의원의 지역구에서 초청되어온
우리들은 하나같이 이런 훌륭한 인재를
우리지역을 대표해서 뽑아 보낸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해 하며
그가 저술한 책을 사서 들고 입장했다.
오늘의 주인공인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먼 길에 오신 것을 기쁘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하고 싶고 무엇이든
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국회의원의
신분이라 사과반쪽도 나눌 수가 없으니
너무나 죄송하다” 고 했다.
출판기념회는 이런저런 내용의 행사를
끝내고 나니 오후 1시가 되어간다.
국회의사당을 무리지어 나오면서
점심은 어디서 먹어야 하는지
서로 얼굴만 바라보는 눈치나 누구하나
앞장서는 사람이 없다. 하는 수 없이
타고 왔던 버스에 오르고 차는
배고픈 군상을 태우고 집으로 향한다.
마침 버스기사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인데
자기는 사무실에서 온 전화를 받고 나왔는데
차를 대절한 사람이 누구인지 버스비는
누가 주는지 모른단다.
어찌해야 되는 건지모르겠다며,
오히려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우리들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집약해서 차에 탄 모든 사람들이
만원씩 내서 일부 버스비를 주고
나머지로 가다가 늦은 점심을
먹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다.
선거법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선거법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선거법에 저촉될 일은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거법에
대해서 알 필요를 느끼지 않아
관심밖에 일이기 때문이었다.
미풍양속을 미덕으로 삼고 서로 아끼고
도우며 더불어 살았던 우리 이웃의
훈훈한 삶이 사과 반쪽도 나눌 수
없다는 선거법이 이를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웃의 큰일에 가서도 자기가 받은
만큼의 성금도 줄 수 없다니.
정치인들 또는 선거 직을 꿈꾸는
많은 분들은 이 선거법 때문에 다정한
이웃의 따듯한 정을 잃어갈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크고 작은 일을 하면서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실행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 주민들의 피해와 오해도 크다.
민주주의에다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지방자치화까지 된 지금 부쩍 많아진
각종선거로 당선되어 민중을 위해 앞장서
일을 해야 되는 분들이 하나같이
선거법을 탓하며 주민들에게 미안하다 한다.
우리나라 풍습은 초대한 사람이 정중하게
대접하는 것이 예의이고 식사하러 가자고 한
사람이 돈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초청해놓고 사과 반쪽도 줄 수 없어
맨입에 돌려보내야 하는 그의 심정은 오죽했으랴?
선거법에 일부 적용이 난해한 조항이 있다면
법을 만들고 다듬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만
탓하며 고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며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 때만 되면 시중에 경기가 얼어붙는다.
시끄럽기만 하고 장사는 도통
되지 않는 다는 푸념이다.
망할 놈의 선거일 빨리지나갔으면 좋겠단다.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