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김연아

돌 박사 2009. 4. 8. 22:20

 

 김연아가 웁니다.

           서럽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바다 건너에서 울고 있는 그녀를 보고 나도 울었습니다.

 

 

 

얼마 만인가요. 돈이 없어서, 나라의 지원도 없고, 그녀의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서 어린 소녀가 서러워한다는 뉴스를 들은 것이 불과 몇년 전인데, 우리의 연아는 마침내 우리 모두를 울렸습니다. 위풍당당한 은반의 여왕이 되어서, 눈에는 눈물을 가슴에는 감동을 우리에게 퍼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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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시상식에 오른 천사들이 그녀를 위로합니다. 왜 울어, 창피하게? 혹은 그래, 연아야, 우리도 그랬단다.

 양 옆의 두 사람은 이미 여왕의 자리에 올랐던 사람들이지요.

 

마침 쉬는 날이라, 연아의 경기를 TV로 볼 수 있었습니다. 행여 넘어지지는 않을까,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봤지만, 우리의 연아는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위풍당당하게 은반 위를 날듯이 연기를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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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끝나고, 연아는 그 벅찬 고독을 즐겼습니다. 새하얀 은반 위에서 연아는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가만히 혼자 대견해합니다. 나, 잘했어 정말. 시상식이 끝나고 인터뷰에서도 그러더군요. "오늘 나 참 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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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가 발표되고, 만인의 예상대로 연아는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여제에 등극했습니다. 제자를 통해

자기의 꿈을 이루려던 스승도 만세를 불렀습니다. 이게 꿈인가요? 아니, 꿈이 이루어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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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 턱 놓고 있던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가슴 속에 물기가 피어올라 숨 쉬기가 조금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핏줄도 학연도 나이도 아무 상관없는 여자아이의 성과에 마흔 넘은 내가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제가 다시 등장합니다. 환한 웃음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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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 기분, 이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내가 극우파 국수주의자는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똑같은 국수주의자인가요? 욕을 해도 좋습니다. 저 여학생이 나를 울렸으니까, 우리 김연아를 욕하세요.

 

시상대에 연아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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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달과 꽃다발이 증정되고, 애국가가 흘러나옵니다. 그때까지도 우리의 연아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예감하고 있었지요. 저 어린 아이도 울 것이고, TV 앞에 앉아 있는 우리도 울게 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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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연아가 그랬지요. 까만 눈망울이 눈물로 반짝이더니 끝내 가슴의 손을 풀고선 눈물을 닦더군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콧물까지 흘렀습니다.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우승" 따위의 공식적이고 성과주의적인 말은 집어치웁시다. 저 어린 아이가, 친구 아사다 마오의 몇십분의 일도 안되는 지원과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이뤄낸, 인간 승리입니다. 그 감동적인 승리를 우리 모두가 잘 알기에 그녀의 눈물을 공감하고, 함께 웁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연아는 무대에서 내려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은반을 행진합니다. 그러다 관중으로부터 태극기를 받아들고서 망토처럼 어깨를 감싸고 다시 웃습니다. 그 웃음, 눈물만큼이나 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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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우리들을 울게 해준 우리의 연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