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필 >
옥 수 수
석 도 익
보릿고개를 간신히 넘기는 허기진 여름, 옥수수는 곡식 중에서도 가장 탐스러운 자루로 되어있는 푸짐한 먹을거리로 가난에 굶주린 배를 부르게 하고 영양가도 풍부해서 기아를 벗어나는데 커다란 몫을 담당해왔었다.
천박한 땅이라도, 경사심한 산간에서도 잘 자라는 농작물로 뿌리가 튼실하여 비바람에도 잘 견딘다.
이른 봄에 심으면 이모작이 가능한 옥수수는 2미터 이상이나 되는 훤칠한 키에 개꼬리(꽃대:숫술)가 나오고 넓은 잎 사이에서 옥수수자루가 생겨나서 빨갛고 하얀 수염(꽃술:암술))이 길게 겉으로 나오면 꼭 아이가 어머니 등에 엎인 것 같아 진한모정을 느끼게도 한다.
매미 소리가 청록산야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 메울 즈음이면 마을 정자나무 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이들은 물론 검둥이 누렁이들 까지 모여이면 이웃집 아주머니가 들고 온 큰 바가지에는 방금 삶은 옥수수가 시골 인심만치나 훈훈하고 뜨거운 김이 여름밤을 깊어가게 한다.
옥수수는 곡식 중에서도 가장 다양하게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없을 때는 그대로 따다 삶아 먹서나, 때가 되기도 전에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에게는 부엌 아궁이 불에 구워주며 달래기도 했다. 옥수수밥은 물론이며 수제비 국수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고 특식으로는 아이들 가을 운동회 때는 칡잎에 싸서 만드는 옥수수떡이나 가루를 내어 빵을 만들어 가기도 했으며 술도 옥수수로 만들어 나누었고 강냉이 틀에 튀겨낸 뻥튀기도 아련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옥수수엿이며 한겨울 옥수수와 팥을 넣어 만든 빙수도 훌륭한 간식이었다.
먹는 것이라면 못 만들 것이 없는 옥수수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주식으로 자리하고 부강한 나라는 가축의 사료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인류 생명을 이어온 곡식이 옥수수라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옥수수 하면 가난의 상징처럼 생각되어질 수도 있다.
우리도 한때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굶주린 배를 미국의 잉여농산물인 옥수수를 원조 받아서 끓인 죽을 배급받아먹으며 기아를 모면하였던 감추고 싶은 슬픈 추억이 있다.
참으로 고맙고 귀한 곡식이 아닐 수 없는 옥수수는 주식으로도 사용되지만 대부분이 가축의 사료나 식용유로 이용되고 앞으로는 대체 에너지로도 개발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으로 널리 이용되던 메옥수수는 수요가 없어져 멸종되어가고 홍천군과 같이 명품화한 찰옥수수가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외국에서 들여온 황옥은 사료용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으나 농산물 개방으로 경쟁력이 미치지 못하여 장래를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메옥수수가 재배되지 않아 옥수수전통음식이 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세계국가경쟁에서 앞으로 언젠가는 닥쳐올 식량이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농업경쟁력이 약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대비하여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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