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자반 고등어

돌 박사 2026. 6. 2. 14:55

 <인생칼럼>

                 자반 고등어

     소설가  석 도 익

   우리나라 국토에 70%가 험준한 산이라 평야가 적어 목축업이 힘든 탓에 육식을 많이 못하는 대신 삼면이 바다에 접해있어 풍부한 수산물 로 해결되고, 산골 계곡을 따라 흐르는 실개천과 강에 민물고기는 산촌사람들의 영양식으로 보충 되었다.

강원도는 백두대간이 세로 질러있어 령을 넘어야 바다를 볼 수 있는 영서지방에 사람들은 영동지방 사람들보다 몸이 왜소하고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한 면이 있는가 싶은데, 영동사람들은 바다고기를 먹고 자라서 그런지 발육상태가 월등하게 좋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있어 보였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영서지방인 읍내 시장에는 생선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육로교통이 불편하니 동해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상하지 않게 속히 운반하여 팔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어서 기껏 생선이라야 겨울철에 잡히는 도루묵이라던가. 양밀이나 동태정도를 생선으로 파는 것이 고작이었다.

봄철 모내기 때 장마당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꽁치는 날씨 탓에 내장이 상해가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이것을 양념 듬뿍 넣고 끓인 꽁치조림이 있어야 못밥 구실을 했을 때다. 너나없이 즐겨먹고 가끔은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별미로 기억하고 있다.

하늘과 산이 마주 닿은 산간마을, 삭풍은 골짜기를 누비고 어둑한 하늘에서는 잿빛 눈이 솜같이 흩날리는데 구구 새 깊게 우는소리와 문풍지도 매섭게 떨고 소록소록 깊어가는 밤이면, 화롯가에 모여 앉은 아이들은 잠을 잊는다. 터울 잦아 올망졸망한 아이들은 부엌에 소중하게 매달아놓은 양미리 두름에서 한두 마리 빼다가 잿불에 구어서 입이 아궁이 같이 되건 말건 서로 더 먹으려고 싸우던 그 시절, 알이 가득 밴 양밀이 맛과 구수한 냄새는 내일 아침에 어머니께 벼락을 맞는 다해도 당장은 원이 없었다.

  무쇠 솥에다 장에 가셨던 아버지 지게 목에 매달려온 코다리(동태)를 토막 내 무 깍두기 썰어 넣고 한 솥 가득 끓이는 날이면 하얀 김은 매섭게 추운 아침을 따뜻하고 구수하게 만들며, 얼큰한 동태국은 겨우내 콜록거리던 감기도 멀리 쫓아 버렸다.

겨울철에나 생선을 볼 수 있었던 바다와 멀리 떨어진 산간마을에서는 즐겨먹던 것이 소금에 절인 자반고등어다.

고등어는 고기 중에서도 고기 어(漁)자가 들어가는 양반고기라 제사상에도 오를 수 있는 영양가 많은 등 푸른 고기이며 우리나라 근해에서 많이 잡혀 비싸지도 않았다.

오징어 말린 것은 스무 마리를 한 축이라 하고, 양미리 스무 마리를 가지런하게 끼어 새끼줄로 엮은 것을 한 두름이라 하고, 북어는 싸리나무로 열 마리를 꿰어서 한 쾌라고 했는데 유독 고등어만은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후 소금으로 절여 좀 큰놈의 배속에 작은놈의 등을 포개 가지런히 넣은 두 마리를 한 손이라 하고, 이를 자반고등어라 한다. 언제부터인지 그 내력과 어원은 잘 모르겠으나 보면 볼수록 배와 등을 접하여 있는 자반고등어 한 손에 정감이 간다.

아궁이 잔불을 앞당겨놓고 석쇠를 올려 소금에 절여졌지만 아직은 등이 퍼런 고등어를 씻어 올려놓고 뒤집어가며 굽는다.

하얀 소금 거품과 노란 기름이 배어나오며 노릇하게 익어 가는 고등어의 비릿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냄새가 집안전체에 퍼지면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절로 돈다. 고등어 한 토막으로 밥 한 그릇 게 눈 감추듯 하던 유년시절 당연히 짭짤한 맛은 하루 종일 물을 찾게 했을 지라도 그 맛은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마을 어귀를 돌며 확성기로 외쳐대는 생선장수의 “자반고등어가 왔어요. 싱싱한 고등어가 왔어요.” 하는 소리가 “싱싱하다”는 말에 짭짤했던 그리운 맛이 사라진다. 그래도 아쉬워 슬며시 나가 자동차안 상자 위에 놓여있을 자반고등어 한 손씩 나란히 포개져있는 모습은 보고 싶어진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다정한 부부가 그려지고 단란한 가정이 생각되며 검소하게 살아온 우리네 행복해하는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석도익< 인생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독대  (10) 2026.04.30
욕심과 질투의 무게  (2) 2026.04.01
한 솥밥 식구  (2) 2026.03.01
성황당  (1) 2026.02.01
성명 (姓名 성씨와 이름)  (2)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