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한 솥밥 식구

돌 박사 2026. 3. 1. 17:25

     <인생칼럼>                        
              식구 (食口)

         소설가  석 도 익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자!”

반가운 사람을 우연히 만났으나 헤어지면서 아쉬워하는 말이지만, 그 언제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계의 초침같이 빠르게 움직여야하는 생활 속에서 매일같이 먹는 밥 한 끼의 약속 아닌, 약속을 못 지키는 건, 그도 나도 바쁘고 우연이라도 만나면 서로 할 일이 있고 그보다도 식사시간이 아니라서 등 여건이 맞지 않아서, 우리는 밥 한번 못 먹고 어쩌면 영원히 못 먹을지도 모른다.

우리말에 가장 가깝다는 표현으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 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부부를 말하는 것이고, ‘한솥밥 먹는 사이다.’ 라고하며 정감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한 가정에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한 솥에 지은 밥을 나누어 먹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한다.

'식구'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 민족의 유산이자 전통이고 개념이다.

가정이라는 집안에서 가족들과 포근한 잠을 자고 일어나 맞이하는 오늘은 설렘의 선물 같은 하루다.

어머니와 누나는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여 상을 차리면, 여동생이 총총히 뛰어다니며, “할아버지 할머니 진지 드세요.”  “아버지 아침 드시래요.”  “오빠 밥 먹어”
안방아랫목에 차려진 소반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겸상하고 한가운데 두리반에는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에 막내 동생 그리고 누나 여동생 형 까지 대식구가 차례로 앉는다.

제일어른이 먼저 식사하시길 기다려야 하며, 아이들이 맛있어 보이는 반찬을 먼저 먹으려 하지 않는다.

온 가족이 모여 정성들여 만든 식사를 하며, 오늘할일과 덕담 칭찬을 내려주고, 요구사항도 들어주는 소통의 자리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식사자리에서 예의를 익히고 존경심을 키우며 질서를 지키는 인간에 기본을 배우게 되는 밥상머리교육은 삶에 배움터이고 인생에 실습장이다.

김치찌개를 커다란 냄비에 끓여 밥상 한가운데에 놓고 식구끼리 서로 숟가락으로 떠먹는 모습을 외국인이 보고 위생관리가 안된 민족이라 했다지만, 할머니가 어머니가 딱딱하고 껄끄러운 음식을 씹어서 어린아이에게 먹여주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 그건 가족이고 식구 간에 사랑이었다. 또한 아이가 먹지 못하고 뱉어 버린 음식이나, 상위에 흘린 음식도 어머니나 할머니는 다 주워 먹었던 시대, 그건 같이 먹고 함께 자는 식구로서 사랑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뭇짐승들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한 집에 살아도 한 상(床)에서 밥을 먹지 않거나, 식사를 할 기회가 없다면 엄밀히 말해서 가족이기는 해도 '식구'랄 수는 없다.

서양에서의 가족은 영어로 패밀리(family)라 한다. 한 집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구성원을 의미하며, 중국은 '일가(一家)라고 하는데 성씨를 중시하고, 일본은 '가족(家族)' 이란 말을 주로 사용하는데, 한 지붕 밑에 모여 사는 무리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식구(食口)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데, '같이 밥 먹는 입'이라는 뜻으로,  '가족'이란 "한솥밥을 먹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지난날 대부분의 가정에서 늦게 귀가하는 '식구'를 위해 아랫목이나 장롱의 이불 속에 밥을 묻어 두어 따듯하였고, 집을 나가있는 사람의 요식도 늘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것이 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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