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본적지
소설가 석 도 익
우리들의 본적지는 이미 없어졌다. 지역갈등을 조장한다고 적시하지 말라고 해서 뒤에다 두었다가 호적이 없어지고 가족관계등록으로 바뀌면서 본적지는 소멸되었다. 즉 우리 가족들의 고향을 적어 넣을 적당한 곳이 없어졌다.
그러나 사랑만은 본적지가 어딘가에는 있을 것만 같다. 사랑하는 마음이 시가 되고, 사랑의 심박동이 음률이 되어 노래가 만들어 지고, 사랑의 이야기가 소설이 되어, 아름답게 혹은 애잔하게 사랑의 역사를 기록해 간다.
사랑할 땐 바보가 되나보다. 사랑하는 사이는 어린아이들 같은 행동거지를 하면서도 부끄러움도 모르는가 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기뻐하고 혹은 질투하고 노하기도 하며, 어느 누구도 탐 할 만하지도 않은데 그가 제일인줄 알고 있으니 사랑하면 눈에 콩 껍질이 씌워졌거나 명태껍질이 씌워진다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보여 지는 것도 아니요, 오직 느껴지는 것이라, 굳이 표현한다면 자꾸 생각나니 많이 생각하는 사량(思量)이 아닐는지,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것도 아닌 자기가 좋아서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이기적이다.
사랑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가슴이 따듯하여 가슴에서 오는 것이라 하나 가슴은 그저 심장박동으로 표현 된다. 포만감을 얻거나 아니면 위장에 장애를 받을 뿐 사랑은 교활한 머리에서 무한하게 만들어 낸다.
우리는 살면서 가장 많은 부도를 내는 것이 사랑이라는 약속어음일 것이다. 사랑한다 해놓고 떠나갔다면 수십억 빌려주고 받은 약속어음이 부도난 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머리일지는 몰라도 사랑을 느끼는 것은 가슴이다. 기쁨에 가슴이 벅차고, 줄 것이 없어 가슴이 답답하고, 헤어지면 가슴이 아픈 것을 보면 사랑의 본적지는 아마도 행복동 가슴마을인 것 같다.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밍웨이 재조명 (0) | 2022.08.05 |
---|---|
손해보지 말자 (0) | 2022.08.02 |
어머니의 기도 (0) | 2022.07.23 |
남편이 지켜야할 것들 (0) | 2022.07.23 |
청와대 와 청령포 소내무 (0) | 2022.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