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칼럼>
식성이 좋으면 다 까먹는다.
소설가 석 도 익
어릴 때의 기억은 오래가지만 늙어서의 기억은 방금한일도, 금방 생각했던 것도, 깜빡 잊어버리기 일 수다. 외출한번 하려고해도 집안을 몇 번을 들락날락 해야 챙길 물건 챙기게 되고, 이젠 됐지 하며, 차에 탔으나 아차 한다. 자동차 열쇠를 안가지고 나온 것을 그때야 알고는 다시 집에 들어가서도 내가 왜 도로 들어왔나? 하고 기억을 더듬어야 열쇠를 찾게 된다.
나이로 보아서는 치매증상이 아닐까 하면서도, 아직은 그건 너무하다 싶어 건망증이려니 하며 얼버무리고 사는데, 이는 꼭 노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나 아이들에게도 그런 현상이 있을 수 있단다.
노인들이 깜빡깜빡 하는 것은 “혹여 치매증상이 아니야?” 하는 거고 “내가 깜빡 했었다” 하며 면구스러우니 뒷머리를 긁을 수 있고, 젊은 사람이 똑똑치 못하고 맹하게 잊어버린다면, 바쁘게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할 수도 있고 “내가 다른 생각하다 까먹었다” 하고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잊었다는 말은 기억했던 것을 잃었다는 말이고, 까먹었다는 것은 기억해 두었던 것을 껍질을 벗기고 안에 내용물은 먹어버렸으니 없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전자의 기억은 정신이고, 후자의 기억에 일부는 물질로 변한 말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인사청문회법을 도입하면서 국민들에게 가끔은 웃는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나라의 곳간열쇠를 맏길 고위직을 임명하기위하여 임명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여, 이 사람이 정말 나라의 열쇠를 맏길 만한 인물인지를 검증하는 제도로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요즘임명권자는 누가 뭐라 해도 직권으로 임명하는데 뭐 하러 인사청문회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국민들은 그에 대한 사람됨을 청문회를 통해서 알려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기에 나쁘지는 않다.
인사청문회에서 누구나 외예 없이 거론되는 것은 먹을 것을 탐내고 욕심내다가 도를 넘어 축재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거다. 또한 이들은 검증과정에서는 자기가 불리한 질문에는 생각이 안 난다. 모른다. 잊었다. 라고 얼버무린다. 한마디로 아이들 식으로 말하면 까먹었단다.
그들은 그렇게 무엇이든 잘 먹고 많이 먹는 사람들이라 그렇게 식성이 좋으니 기억도 까먹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껍질까지 다 먹어야 근거가 없어지는데 껍질을 벗기고 먹었으니 그 껍질을 찾아내면, 모든 내용이 다 밝혀질 일인데도 이들은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하는 것 같다.
전지전능한 신은 세상을 관리할 인간에게는 특혜를 주어 약삭빠르게 살아가게 했을 것이다. 사람의 좋은 머리는 낚시에 미끼를 달아 물고기도 잡고, 짐승도 먹을 것으로 유인해 잡았으며, 사람이 사람을 보이스 피싱 미끼를 이용해 사기를 치기까지 한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욕심을 이용하고, 먹이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먹는 것을 게걸스럽게 탐하다. 보면 위험하다는 것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란 것도, 까먹게 되기 때문이다.
“식성이 좋으면 다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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