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손발이 닳고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 것은 오직 자식들을 잘 키우고 공부 많이 시켜서 훌륭한 사람 만들려는 모든 부모의 욕심이다. 부모세대 때는 가난해서 굶주려 자라고 못 배웠기에 내 자식들에게만은 무엇이든지 잘해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석 도 익
자식들이 부모의 은혜로 잘 자라고 많이 배웠는데, 늙어가는 부모가 힘들게 일하는 것이 안 돼 보였는지 이제는 일하지 말고 놀란다. 일안하고 논다고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닐 것 같은데 보기만 하면 그 말이 효도인양 하곤 한다. 나 역시 부모님에게 그렇게 했었으니까. 그래도 그때는 부모님의 일을 돕고 거들어드리며 그랬지만, 요즘은 거들어 주지도 않으서말로만 그런 것 같다. 일 안하게 하는 게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어르신을 위한 경로당이 마을마다 있다. 마을회관도 있지만 그 옆에 경로당을 지었다. 경로당엔 노인들이 모여들어 하루하루 재미있게 보낸다. 고스톱도 치고 바둑 장기도 두며 자식들이 나 마을젊은이들이 사온 술이며 과일들이 있어 마음까지 넉넉하고 점심도 함께해먹고, 겨울에는 따듯하게 보일러가 덥히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에어컨이 돌아간다.
노인인구증가로 경제활동이 둔화되어지게 되어 국민소득이 점점 떨어질 거라는 염려가 언론방송에서 연일 걱정꺼리가 뉴스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들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면 그것하나로 만족할 것이고, 가끔씩 귀여운 손자들에게 과자 한 봉지 사들고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보수라도 일거리가 있다면 그것이 경로당에서 일없이 보내는 시간보다 더 즐겁게 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날 열심히 일해서 부강한 나라를 이룩한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정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이러한 것이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존경해주는 대책이 될까 하는 것이다. 행여 민의에 표를 의식한 정책인기유지를 위한 복지에 하나라면 안 될 일이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생활에 덕목으로 하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인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인 버스나 전철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좌석이 준비되어 있고, 전철은 무임승차로 모신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과연 노인을 공경하려는 제도인가 하는 생각에 혼돈을 느낀다. 공짜가 어르신을 공경하고 존경하는 것이 전부일수는 없고 오히려 짐스럽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어르신의 위치에서 존경과 공경을 자랑스럽게 받으며, 무임승차해서 떳떳하게 노약자석에 앉아가려면 노약자 석에는 많은 노인들 때문에 이미 빈자리는 없고 일반석에 앉아 가려면 젊은이들의 눈총을 받아야 하니 오히려 경로석이 가시방석이니 좌불안석(坐不安席)하게 된다.
지난날 젊은이들이 어르신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주던 시절이 존경이고 공경이었다. 제도화되고 법제화된 존경과 공경은 어르신을 귀찮은 존재로 추락시키고 있다. 진정한 경로도 아니요 사랑도 아닌 어쩔 수 없이 해주는 행동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군대역시 사병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화된 군대를 육성시키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군대란 나라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목숨을 바쳐 적을 물리쳐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군인의 사명이다. 그러므로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진짜사나이의 강한군대를 만들려면 혹독한 훈련과 엄격한 군기가 요구된다.
허약한 병사, 기강이 빠진 군대는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고 많은 희생만 따른다. 강한군사와 체계적인 지휘명령과 복종의 군율을 엄격하게 해야 군 기강이 바로 선다.
부모와 집을 떠나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병사를 강하게 훈련시키고 일당백의 전사로 만들기 위해 현역생활을 하고 전역 할 때까지 관리해야하는 부대장이하 관리자가 혹여 자신의 신변을 생각하며 병사들을 위해주고 관리 한다면, 이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할 군대가 될 수 없는 오합지졸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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