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수필화) 94

가을

새싹 눈틔워 꽃피우고 푸르게 성장해 열매맺혔다. 할일 마친 잎들이 하나둘 돌아가야할 여행을 준비한다. 아쉬운 마음두고 돌아가는길 이왕이면 다홍치마 알록달록 원색의 붉고 노랑의 진색을 석양에 덧칠하고 멋내며 겉으로는 두렵지 않은듯 갈바람에 몸을맏겨 돌아간다. 옷을 갈아입는다고 가을이라 한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바라만 봐도 사색이 많아지는 계절 다가오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많아서일까 저문다는 것에 대한 애잔함 때문일까 온갖 꽃을 피우고 온갖 새들이 노닐다간 숲속의 나무들도 하나 둘씩 단풍으로 물들고 끝내 한잎 두잎 떨어지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산다는 건 무엇이고 삶이란 또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으로 깊어지는데ㅡ 대자연의 순환 이치가 어디 자연뿐이랴 젊었을 때는 젊음인줄 모르고 사랑할 때는 사랑인줄 ..

시화(수필화) 2022.11.02

여름

여름 석 도 익 무성한 숲 사이로 햇살을 고르게 펼치려 하지만 얇은 잎 새 하나 들추지 못해 키 높이기 경쟁이다 역마살운명을 타고나 머물 수 없는 구름은 하늘을 덮고 음양의 만남은 운우의 정으로 비를 쏟아 내리는데 배부른 강물도 고향으로 가는지 발걸음 빠르다 건너편 산과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담구고 푸르게 자라 꽃피우고 열매맺이는 계절이니 여름이라고 한다

시화(수필화) 202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