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類文化에 대한 理解-2
지은이 : 서재열(진로영서지점장)
가. 술과 건강
음주를 통해 체내에 섭취된 알코올은 위에서 20%, 소장에서 80% 정도가 그대로 체내에 흡수된다. 흡수되는 속도는 술의 종류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알코올의 도수가 높을수록 빠르며, 공복일 때 더욱 빠르다.
위와 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혈액을 따라 몸 전체로 퍼지게 되는데, 도중에 간장을 통과하게 된다. 이 때 간에서 알코올이 산화 분해 된다. 간장에서의 알코올 처리능력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으나, 보통은 체중 60~70kg인 사람이면 시간당 수준 알코올 7kg정도를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25도 소주 2홉 짜리 1병을 기준으로 할 때 보통 8시간 정도면 알코올이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 된다.
악취(惡醉)와 숙취(宿醉)
음주 후 육체적, 정신적 불쾌감을 악취 또는 숙취라고 하는데, 음주 후 단시간 내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증상을 악취, 술이 깬 다음날까지 느껴지는 증상을 취하고 한다.
과음(過飮)
이 세상에 많은 약이 있지만 술처럼 빨리 몸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약이 없다. 그래서 선인들은 술을 ‘백약지장(百藥之長)’ 이라고 했다.
특히 따뜻하게 해서 마시는 술은 뱃속을 순환이 잘되게 하며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약으로 마시는 양은 한두 잔 정도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모 장수(112세) 노인은 식사 때마다 소주를 따뜻하게 데워서 한자씩 평생을 먹었다고 하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음식도 많이 먹으면 과식이 되어 문제를 일으키듯이, 술도 과하게 마시면 두뇌 순환이 안되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상태가 되며, 심하면 인사불성이 되어 기억력이 없어진다. 이를 시쳇말로 ‘필름이 끊겼다’라고 표현한다.
술을 마실 때 주의를 해야 하는 음주법이 폭탄주이다. 기운이 약한 사람이나 피로가 쌓인 사람은 빨리 술에 취하며 의식이 없어지고 쓰러져 버린다. 그래서 이런한 술은 아무나 마시는 것이 아니다. 기운이 가한 사람들은 웬만큼 마셔서는 취하지 않고 버틸 수가 있다. 또한 며칠 동안 술을 마셔도 의식을 잃지 않고 마실 수도 있다.
그래서 ‘술이 세다, 약하다’라는 말이 나오고, 어찌 보면 술 실력을 과시하려는 문화가 폭탄주의 배경에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술은 빨리 깨기 위해서는 뱃속을 빨리 뜨겁게 하는데 보통 해장국 ․ 매운당 ․ 북어국
목욕 ․ 수면 등은 모두 뱃속을 뜨겁게 하여 술을 깨게 만드는 방법들이다.
나. 안면 홍조
술을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홍조증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알코올 인디케치터(alcohol indicator)’ 라고 하지만, 이것은 알코올의 유독성 대사 물질인 아세트 알데히드가 축적되어 나오는 현상이다.
대체로 동북아시아인의 20~40% 정도가 돌연변이된 아세트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를 가지고 있으며, 이 효소의 활성이 크게 떨어짐으로써 아세트 알데히드가 축적된다. 그 결과 이들은 안면 홍조증이 나타나고, 숨이 가빠지고, 어지럽거나, 구역질을 느낀다.
이러한 사람들은 술을 가능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실 지리가 생기다라도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면 몸 안에 있는 알코올 경보장치가 작동을 시작하는 것이므로 계속하여 무리하게 술을 마신다면 다른 사람에 비하여 훨씬 많은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체질적으로 간에 있는 ALDH의 5종류 중 2형 ALDH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1형과 2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에 비해 10배 정도나 많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가지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간을 파괴하고 숙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아세트 알데히드의 양도 그 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음주 피해는 더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다. 술 체질
타고난 ‘술고래’가 있는가 하면, 콜라만 마셔도 취하는 사람이 있다.
체질 때문이다. 술체질 판별법은 간단하다. 우선 술을 마신 뒤에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정도를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데, 조금만 마셔도 금새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있다. 얼굴이 잘 붉어지지 않는 사람은 어는 정도 술에 버틸 수 있는 체질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금방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체질적으로 술에 약한 사람이다.
술을 마시기만 하면 설사를 하는 사람도 술에 약한 체질이다. 몸 안에서 알코올이 제대로 분해 되지 않아 그대로 설사로 흐르는 것이다. 설사 체질은 술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술을 무턱대고 마실게 아니라 자신의 체질을 확인하고 마시는 게 좋을 듯싶다. 드링크만 마셔도 취하는 사람도 술이 받지 않는 체질이다. 술 체질이 아닌 사람도 자꾸 마시면 없던 주량도 생기는 법이다.
뇌가 알코올의 부작용에 익숙해진 나머지 좀처럼 마취를 당하지 않기 때문이며, 간장에서 알코올을 분해하여 몸 밖으로 배설하는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술에 강해진다.
그러나 주량이 는다고 해서 체질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간장에 무리를 주어 나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는 체질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은 전체인구의 25% 정도이다.
라. 주량(酒量)
단체 행동이나 과시를 하고 싶은 한국인은 자주 ‘누가 주량이 더 세고 남자다운가?’하는 경합을 벌인다. 특히 대학생이나 젊은 사람에게서 이런 경쟁이 많이 있다. 주량이란 한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양적인 척도를 말한다. 대개는 개인의 식사여부, 스트레스, 당뇨, 비만, 심장병 등의 질환 여부와 같은 여건과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여러 효소들의 유전적 정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무거운 사람이 가벼운 사람보다 간과 수분 함량이 커서 술을 더 마실수 있다. 그러나 안면 홍조증을 나타내는 알데히드 탈수소 효소의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술을 적게 마셔도 아세트 알데히드가 축적되어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가빠져서 술을 잘 못 마시게 된다.
매일 술을 조금씩 마셨던 사람은 뇌에서 기능적 내성(耐性)과 간의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CYP2EI 유도에서 일어나는 대사성 내성(耐性)이 생겨서 그 만큼 술을 더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주량이 는다고 해서 알코올 저항력이 놓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계속해서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 또는 아세트 알데히드 농도가 높아져 간이나 뇌를 비롯한 조직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술이 세다고 자랑하는 사람들 중 술에 강한 체질이 있긴 하지만, 엄청난 양의 알코올에 장시간 끄떡없는 ‘수퍼 간’은 이 세상에 없다. 장기간 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술 앞에 겸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마. 주막(酒幕)
그 옛날 나그네를 상대로 술과 밥을 팔고 잠자리를 제공하던 집으로 주막이란 곳이 있었다.
주사(酒사), 주가(酒家), 주포(酒鋪), 탄막(炭幕)이라고도 불리었던 주막의 시초는 신라시대 경주의 천관(天官)의 술집이었다.
김유신이 ‘천관이 파는 술집에 다녔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천관은 술집의 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임진왜란이 끝나고 관에서 설치한 원(院)의 기능이 쇠퇴하면서 참(站)마다 참점(站店)이 설치되어 나그네에게 숙식을 제공하였는데, 이것이 주점, 주막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조선시대 주막이 많았던 곳은 서울을 비롯한 인천으로 가는 중간지점인 소사, 오류동이다. 영남에서는 서울로 가는 길목인 문경새재가 주막촌을 이루었으며, 지금도 나라에서 운영했던 조령원(鳥嶺院), 동화원(桐華院)의 터가 남아 있다.
능수버들에 대한 전설과 함께 주막이 번창하였던 천안삼거리와 전라도와 경상도의 길목인 화개장터, 죽산물(竹産物)의 집산지인 전주 등이 주막거리로 꼽힌다.
주막의 기능은 손님에게 술을 파는 곳으로, 술로는 약주와 탁주가 있었지만 탁주가 주종을 이루었다. 술은 1~2잔씩 마시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때 안주는 대개 공짜였다.
바. 해장국과 해장술
우리 술 문화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장국과 해장술의 풍속이다. 해장국은 원래 ‘해정(解정)국’ 이라 하여 숙취를 푸는 국이라는 뜻이다. 해장국은 소의 뼈를 푹 고아 끓인 별미로운 토장국의 하나이다. 첫 새벽에 주막집에 오는 손님을 위하여 부뚜막에 걸린 큼직한 쇠솥에는 선지덩이가 푸짐하게 섞인 해장국이 펄펄 끓고, 술독에는 해장술이 가득하다.
손님을 마치 친지 대하듯, 반기면서 손님이 원하는 대로 큼직하고 두둑한 뚝배기에 해장국을 듬뿍 떠서 대접한다. 여기에 밥과 장아찌, 깍두기가 함께 차려지기도 한다.
해장술은 이러한 해장국을 안주로 하여 마시는 술이다 술을 술로서 다스리는 점이 특이하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오히려 나쁜 처방이다.
술을 많이 마셔 정신이 혼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일어나서 ‘해장국에 해장술을 마셔야 제 정신이 난다’며 또 술을 마시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전날의 과음으로 간이 제 기능을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또 술을 마셔 제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단지 알코올의 과잉 섭취 후 급작스런 금단현상을 막아 주는 일시적인 방편으로 그렇게 느낄 뿐이다.
과음으로 간과 위가 지쳐 있는 상태에서 또 술을 마시면 그 피해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해장술은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숙취의 고통을 못 느끼게 하고 간과 위를 나쁘게 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두통과 속쓰림이 가시는 듯한 것은 마약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 빈 속에 술?
빈속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속이 편하다고 일부러 속을 비워 놓는 사람도 있다.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은 위험천만한 짓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빈속에 위스키 석 잔만 마셔도 급서위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위염의 발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술, 스트레스, 약물이다. 이중에서도 빈속에 술이 가장 나쁜 편이다. 사람의 위는 위벽 세포에서 분비되는 위산과 펩신(pepsin)에 의해 그 기능이 이루어지는데, 위산과 펩신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오히려 위 점막을 파괴하게 된다. 술은 낮은 도수라 할지라도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알코올에 의해 위벽이 파괴되면 위산 및 펩신이 위벽 내로 침투하여 위 혈관을 자극하여 위염을 일으키게 된다.
빈속에 술은 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속이 비어 있을 때에는 알코올이 위에서 흡수되어 곧바로 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을 마시기 전에는 반드시 알맞게 위를 채워 알코올 자극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 급한 경우라면 우유 한 컵이라도 마시는 것이 좋다. 위에 음식물이 있으면 소화되면서 장으로 내려가는 알코올의 양도 많아지기 때문에 간에 부담이 휠신 적어진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위장약 팩을 복용하는 것도 불가피한 경우에는 한가지 방법일 수 있다. 이 약물이 위이ㅔ 맑을 씌어 알코올의 공격을 어느 정도는 막아주기 때문이다.
아. 블랙아웃(black out)현상
술에 잔뜩 취한 다음날 ‘어제 혹시 제가 실수 한 일은 없었습니까? 라고 어색하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밤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흔히 ’필름이 끊겼다‘라고 말하는 현상을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많은 알코올에 의해 중추신경이 마비되고, 자율신경계의 통제 아래 몸을 내맡기기 때문에 두뇌의 기억 활동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것이다.
블랙아웃 현상은 알코올이 뇌에 새로운 사실을 기억시키는 특정한 신경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 특정한 신경 수용체는 NMDA(N-methyl-D-aspartic acid)수용체로 밝혀졌는데, 이 NMDA 활동이 차단되면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글루타산염(glutamic acid salts)이라는 신경전달 물질도 활동을 멈추게 된다.
따라서 뇌의 신경세포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고 ‘공백의 시간’을 만든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어떻게 보면 좋은 작용을 하기도 하는데, 안면홍조 현상과 마찬가지로 몸에서 ‘절주경고’ 카드를 보이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고음을 절제하고 알맞은 음주량을 스스로 깨닫고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자. 알코올과 물
보통 술을 마시는 동안에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된다. 특히 맥주나 막걸리를 마시는 동안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이처럼 수분을 많이 배설하고 나면 탈수 현상이 뒤따르게 되는데, 탈수 현상은 숙취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고 혈중 알코올농도를 놓이기도 한다. 위장 속에 수분이 적다 보니 알코올 농도를 높이기도 한다. 위장 속에 수분이 적다 보니 알코올 농도가 그만큼 놓아지는 것이다.
술을 물로 다스리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심한 숙취에 시달리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술을 마시면서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다. 그 만큼 알코올의 농도를 묽게 하기 때문에 위장의 부담도 적고 간장에서 알코올을 분해하기도 휠씬 수월해진다.
물을 많이 마시면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다. 당연히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따라서 알코올이 몸 밖으로 많이 빠져 나가게 되고, 다음날 숙취도 휠씬 덜하다. 술에 찌든 위장을 열심히 세척하는 것이 숙취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물을 마시는 시점도 상당히 중요하다. 술을 마시면서 함께 마시면 가장 좋고, 아니면 음주 후에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아침에 마시는 냉수 한 사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목을 축이고 혈액의 삼투압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위와 장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 술이 깬 다음날 아침에는 가급적 따뜻한 물이나 차를 천천히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더욱이 술독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 차를 마신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다.
차. 알코올과 약
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시면 간은 약과 알코올 2가지를 동시에 대사해야 한다. 알코올이 간에 들어오면 알코올을 우선적으로 분해하므로 자연히 약의 분해가 늦어져서 혈중에 오래 남기 때문에 약의 작용이 지나치게 나타나게 되어 간과 위 등에 지나친 부담을 주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약의 남용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같은 원리로 보면 될 것 같다. 약의 남용은 간과 위에 부담을 주어 이들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더욱이 술과 함께 위장약, 두통약, 복용은 금물이다. 알코올과 약은 몸 안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호작용으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드링크제도 마찬가지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은데, 드링크제에는 약 40여종에 가까운 성분이 들어 있어 이 성분들에 의해 발열, 오한, 습진, 알레르기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이면 적어도 술을 마신 후 4시간은 지나야 한다.
술을 마실 때 커피도 인체에 부담을 준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Caffeine) 성분이 알코올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중추신경에 2차적으로 양향을 주기 때문이다. 술과 커피를 함께 아시면 휠씬 빨리 취하게 된다.
카. 혈중 알코올 농도
술꾼이 스스로 술이 취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술을 못 이기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술을 어느 정도 마셔야 취했다고 판정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고 술을 마시는 장소의 분위기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취량이 다르기 때문에 잣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아담스는 취한 증상을 4단계로 제시하였다.
가. 1단계 :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을 갖는 단계
나. 2단계 : 말이 많아지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단계
다. 3단계 : 옷을 벗고 분수대에서 목욕을 할 정도의 흥분된 단계
라. 4단계 : 정신을 잃어버리는 단계
알코올 건강의학 협회에서는 음주량과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기준으로 술에 취한 증상을 6단계로 분류하기도 한다.
‘취했다“는 말은 중추신경이 마취되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는데, 중추신경이 마취된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사용되는 방법이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법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기준은 우리 몸속의 알코올농도는 모두 같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면 알코올이 중추신경에 미치는 양향을 간접적으로 확인 수 있게 된다.
0.02~0.04% : 복잡한 생각을 잊게 되고 기분이 좋은 상태이며, 특이체질이 아니면 사고는 없다.
0.05~0.07% : 얼큰해지기 전 단계로 열기가 오르며 말이 많아 이정도 부터 사고의 염려가 있는 상태
0.08~0.10% : 얼큰해진 단계로 고민 등은 느끼지 않고 힘이 넘치는 것 같은 상태
0.11~0.15% : 많이 취하기 전 단계로 충동적이며, 손발의 움직임이 조금 벗어나는 상태
0.16~0.30% : 많이 취한 단계로 손이 떨려 술잔을 엎지르고, 일어서면 비틀거리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
0.40% 전후 : 만취된 단계로 옷을 벗으려면 남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
0.50% 전후 : 혼수기 단계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상태
타. 주작례(酒酌禮)
술을 마실 때의 예의를 주도(酒道) 또는 주례(酒禮)라고 하므로, 술을 따를 때으ㅐㅣ 예의를 주작례(酒酌禮)라고 이름하여 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른을 모시고 술을 마실 때는 특히 행동을 삼가는데, 먼저 어른에게 받드시 술잔을 두 손으로 올리고 어른이 술잔을 주면 받드시 두 손으로 받는다.
예외적으로 직위는 아래지만 나이가 10살 이상 많을 때는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두 손으로 주고받아 존경을 표시한다. 또한, 항렬이 복잡한 친적들이 모인 자리에는 나이가 자신보다 많은 조카님이 있듯이 항렬이 위여도 나이가 많은 아래 항렬과의 대작(對酌)은 서로 존경을 표시하는 것이 예의이다. 술을 마실 때에는 어른이 마시고 난 뒤에 마시는 것이 아랫사람의 예의이다.
술잔을 어른께 드리고 술을 따를 때 도포의 도련이 음식물에 닿을까 보아 왼손으로 옷을 쥐고 오른손으로 따르는 풍속이 생겼는데, 이런 예법이 현대의 소매가 넓지 않은 양복을 입고 살면서도 왼손으로 오른 팔 아래 대고 술을 따르는 풍습으로 남아 있다.
술 따르는 법을 다시 정리해 보면, 왼손의 위치가 자세를 좌우하는데 복식에 따라 다르다. 도포와 같이 소맷자락이 긴 한복에서는 왼손으로 겨드랑이를 끌어 올리듯 하고, 양복을 입었을 때는 술병을 받쳐 드는 것이 바른 자세이다.
삼가야 하는 자세는 왼손으로 술잔을 권하거나 왼손으로 따르는 행위, 오른손으로 젖혀서 따른 행위, 콸콸 소리가 나게 따르는 행위이다.
파. 주도(酒道)의 단(段)
술을 좋아했던 시인 조지훈은 술꾼의 품격을 18단계로 나누었다. 술은 마신 연륜, 함께 마시는 상대, 마시는 기회와 마시는 동기, 술버릇을 종합하여 구분하였다.
나는 어는 수준인가를 각자 생각해 보자.
9급 :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 마시는 사람
8급 : 외주(畏酒) -술을 마시기는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7급 :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급 :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급 : 상주(商酒) -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4급 : 색주(色紬) - 성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 수주(睡酒) - 잠이 안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2급 :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1급 : 학주(學鑄) - 술을 참뜻을 배우는 사람
초단 : 애주(愛主) - 술의 취미를 반한 사람
2단 : 기주(嗜酒) - 술의 참맛에 반한 사람
3단 : 탐주(耽酒) - 술의 참뜻을 터득한 사람
4단 : 폭주(暴注) - 주도(주도)를 수련한 사람
5단 : 장주(長柱) - 주도삼매(酒道三昧)에 든 사람
6단 :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7단 : 약주(藥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 하는 사람
8단 :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9단 : 폐주(廢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➀ 9급~6급 : 술의 진경(眞境), 진미(眞味)를 모르는 사람
➁ 5급~2급 :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
➂ 1급 : 주도 초급이요,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받음
➃ 초단 ~4단 : 술의 진경(眞境), 진미(眞味)를 느끼는 사람
➄ 5단 ~ 8단 :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임운목적(任運目的)하는 사람
➅ 9단 : 열반주(涅槃酒)
하. 알코올의 양면성
우리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술이 있었다. 사람이 모이면 술을 빚었고, 술이 있으면 사람이 모였고 문화가 싹텄다. 술은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시름을 잊게 하고, 원한이 없어지고, 우정이 싹트며 문화와 인종의 벽도 허물어진다.
흔히들, 술은 건강을 해지며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만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알코올은 사교 ․ 스트레스 해소 ․ 긴장감을 줄이는 등 많은 좋은 기능도 있다.
약주(藥酒)라고 하여 적당한 음주는 오히려 건강에 좋으며 동맥경화나 심장병의 발병률을 감소시키며, 매일 1잔 정도의 포도주는 수명을 늘린다고 한다.
혹자는 취하지 않으면 술을 마시는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술을 다스리는 민족과 문화는 번성하였고 술에 사로잡힌 민족과 문화는 몰락하였다. 술을 다스릴 줄 아는 민족과 문화는 술을 더욱 승화된 아름다운 것으로 키워 내었다.
매일 과음으로 건강이 나빠져서 금주를 하는 것보다, 술에 대해 바로 알고 알맞은 음주로 건강하게 오래도록 술을 즐기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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