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빌려온 좋은글

애국가 이야기

돌 박사 2023. 7. 16. 09:45


☆어떤 미망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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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비둘기가 날고 성화가 타오른 다음 애국가가 장엄하게 울려퍼졌을 때 이를 보고 있던 서양할머니 한 분이 수건으로 눈가장자리를 닦고 있었다.

왜 한국 애국가를 듣고 서양할머니가....하는  의문이 생김직하다. 이유없이 울 수는 없는 법이다.  

할머니 나이는 당시엔 70세, 국적은 스페인, 이름은 롤리타 탈라벨라  안.

   1936년 8월 1일, 나치 치하의 베를린올림픽 개막식이 끝나고 일장기를 단 한국선수 김용식, 이규환, 장이진, 손기정, 남승룡 등이 모여읹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재독동포 한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억센 평안도 사투리로  자신이 지었다는  '조선응원가'를 불러주겠다면서 구깃구깃한 악보 하나 꺼내들고 손짓, 발짓, 고갯짓으로 장단을 맞추어가며 그 노래를 불렀다.

그 조선응원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그런 일이 있은 지 보름 후에 마라톤의 손기정 선수가 제1착으로 경기장 안에 뛰어들자 스탠드  한쪽에서 돌연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서너 명의 재독동포 앞에서  미치광이처럼 두 손을 저으며 지휘하고있는 이는 바로 보름 전에 조선응원가를 불러주던 바로 그 젊은이 였다.

그 젊은이가 바로 안익태였던 것이다.  그는  베를린올림픽  두 달 전에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조선애국가의 작곡을 완성하고 있는데 올림픽에 조선선수들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응원가로 임시변통을 한 것이다.

  이 애국가를 짓게 된 동기는 이렇다. 그가 미국 커티스 음악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었을 때 샌프란시스코의 한국인 교회를 들른 일이 있었다.

그 교회에서 부른 애국가 곡조가 이별할 때 부르는 슬프디슬픈 스코틀랜드 민요였다.

   슬픔을 이겨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애국가 곡조가 절실하다고 생각한 그는 전세계 40여 개 국가를 수집-검토해 가며, 5년 만에 지어낸 것이 베를린올림픽  개막식에서 처음 불렀던 바로 그 애국가인 것이다.

   1948년 정부수립과  더불어 정식국가로 채택되었을 때 안익태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이런 펀지를 띄웠다.  '이 애국가는 본인이 지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것입니다. 본인은 다만 하느님의 영감을 대행한 것뿐입니다.

   77년 전 나라 없이 출장한 올림픽 개막식에서 처음 불렀던 그 노래를--, 지금은 별세하고 없는 안익태 씨 미망인 롤리타 탈라벨라 안 여사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어찌 눈물 없이 들을 수 있었겠는가.  

개막식의 애국가는 우리 민족 모두가 울먹였어야 했던---그때와는 질이 다른 애국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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