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세월은 기다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세상
소설가 석 도 익
하루의 피곤을 휴식하도록 마련된 지난밤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한 잠자리는 깊은 잠으로 충분하게 재충전되고 추억의 꿈에서 아쉬운 듯 깨어나면 별도 달도 무대 뒤로 사라지고 새날이 밝아오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한다.
수 억년을 고장한번 일으키지 않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제자리로 어김없이 돌고 있는 이 지구덩어리는 물론이려니와 이와 함께 하는 우주의 삼라만상 모든 것이 신비와 그 영구함과 위대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 살고 있는 나는 자랑스러움에 숙연해지며 이 모든 것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부끄러움이나 더러움도 아름다움과 미움까지 외로움이나 슬픔도 모두 보이지 않게 싸안아 포옹하던 밤의 힘센 팔의 힘이 서서히 풀리며 하늘 저 멀리서부터 비치는 조명에 어두움은 힘없이 흩어져 가고 땅에서 뿜어내는 힘찬 입김 같은 안개가 새벽의 정기를 불어넣는다.
마지막까지 서성이는 어두움의 찌꺼기는 환경미화원의 빗자루 끝에 쓸리어간 해맑은 아침은 언제나 있었던 일이겠지만 매일이 새롭고 아름답다.
밤새 정화된 맑은 공기가 상쾌하고 푸짐하며 밤나무 위에 부지런하게 집을 짓고 있는 까치부부의 사랑노래가 즐겁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동산위로 얼굴을 내미는 태양이 더욱 힘차고 성스럽다.
하늘이 고맙고 땅이 아름답다.
하긴 이 세상에서 고맙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마는 나를 낳으시고 키워주신 인자하시고 훌륭하신 아버지, 따뜻한 마음으로 자식과 가정을 위해 일생을 사신 어머니가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형제자매가 있어 좋고 어려운 일에 큰 힘이 되어주는 친척이 있어 외롭지 않으니 좋다.
창문 열어 눈인사하고 빗자루 마주 쓸며 함께 사는 풋풋한 이웃사촌들이 미덥고, 바른길 가르쳐준 존경하는 스승이 있어서 거침이 없었다.
네 것 내 것 나누지 않아도 좋을 사람, 언제라도 달려와 줄 친한 벗들이 있으니 답답한 가슴을 열어 소주잔 기울이며 밤새워 이야기 나누고 나면 벗은 서러움에 반갑다고 했듯이 마음의 흐림도 거두어 지고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다.
세상의 모든 것은 받은 만큼 되돌려 주는 것이라 정성 들여 가꾼 덕에 화초들이 화사하게 꽃망울을 드러내며 계절 따라 피고 지는데 꽃은 다 아름답다.
깊은 산 속에 혼자 숨어 핀 금강초롱에서부터 길가에서 짓밟히면서도 굳세게 핀 민들레까지도...
아름답고 예쁜 게 어디 꽃뿐이랴 . 함께 사는 이웃의 끈끈한 인정이 더욱 아름답고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마음들이 꽃의 아름다움에 비기랴 싶다.
여름밤 모기소리같이 바가지 긁는 소리는 짜증나지만 술국 끓여주는 아내가 고맙고 어려운 살림 알뜰하게 꾸려온 진솔한 마음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들이 어느 한곳 부족함 없이 태어나게 해준 신께 감사하며 건강하게 자라준대 대하여 고맙고 더욱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비바람 추위를 막아주는 내 집이 있으니 행복하고 조그만 뜰 악이 있어 정성 들여 가꿀 수 있는 마음의 정원이 풍요롭고 비가 내려 사랑의 씨앗이 움트며 햇빛 비추어 튼튼하게 자라니 무엇이 부족하랴? 작은 가슴에 예쁘고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니 누구에게라도 고맙고 감사하고 싶다.
얼어붙었던 마음까지 녹아 생동하는 봄은 희망이 있어 가슴 부풀고, 푸르게 성장한 여름은 건강해서 좋으며, 결실을 맺은 가을은 풍요로워 넉넉하고, 잠자는 듯 조용한 겨울은 꿈이 아름답다.
새싹은 새로움의 잉태며 꽃이 지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소임을 다한 것이기에 추하지 아니하고, 단풍이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은 더 성장하려는 시작이다.
늘 새로움과 더 나아감으로 계속되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 휴가 온 듯 살다가 깨끗하게 정돈해놓고 다시 돌아가는 길은 허허로운 것이 아니라 만족스러움을 가슴 가득히 가져가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