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백열(松茂柏悅)
-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한다.
잣의 고장 가평과 맞 닿아 있는 춘천에도 잦나무가 많다. 잦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대표적인 침엽수로, 서로 많이 닮았기 때문에, 일반사람은 식별이 어렵다.
여기서 소나무라함은, 우리나라 토종인 적송을 말한다. 소나무과에도 적송 금송 오엽송, 백송(柏松), 왜송 등 종류가 다양하다.
잣나무(柏松)라 이름한 것은, 잦송이에 잣이라는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다.
송백후조(松柏後凋)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소나무와 잣나무는 서로 닮기도 하였거니와, 사시사철 늘 푸른 상록수로 소나무는 잎이 두개 묶여서 나고, 잣나무는 잎이 다섯개 묶여서 난다. 식별이 쉽지 않지만, 그러나 열매를 보면, 두 나무의 차이를 쉽게 알수 있다. 송백과 비슷한 말이 지란(芝蘭 지초와 란)으로,
맑고 청아한 사귐을
지란지교(芝蘭之交)라고 한다. '친구가 잘되는 것은 나의 기쁨이다.' 그런 우정을 말해주는
성어(成語)가 바로 '송무백열(松茂柏悅)'로, "함께 심겨진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매, 잣나무가 이를 기뻐하니, 그 우정이 얼마나 돈독하고 아름다운가!" 하는 뜻이다.
松茂柏悅(송무백열)은 중국 진(晉)나라(춘추시대 때 중국 12열국중의 하나.)
육기(陸機)가 쓴, ‘탄서부 (歎逝賦)’에 나오는데, 시(詩)는 이렇게 시작된다.
(漢詩의 원문은 생략한다.)
"세월은 하염없이 치달아 가고, 계절 또한 놀랍도록 흘러 가니, 오호라 인생의 짧음이여! 누가 능히 세월을 이길 수 있나! 흘러가버린 세월은 다시 오지 않고, 늙음은 이미 다가와, 저녁 노을처럼
지려 하네”
이렇게 시작된
송무백열의 詩는,
"진실로 소나무가 무성해지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지초가 불에 타면 혜초가 한탄하네.
그대는 그런 친구를 가졌는가?”로 끝을 맺는 詩다.
나 역시 팔십을 바라보는 지금, 내게 과연 그런 막역지우(莫逆之友)가 몇이나 있는지 헤아려 보니, 어쩌랴! 손가락을 꼽다가 이내 멈추어 버린다.
익자삼우 손자삼우 (益者三友, 損者三友)란 말이 있다. 세계적인 갑부였던 '월 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 이, 불현듯 불청객으로 다가 온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니,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죽마고우가,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을 그제서야 알고, 크게 후회 하였다고 한다.
내게 친구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의 벗이 되어 주지 않아서다.
돈 보다 명예 보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친구를 얻는 일인 것을!
인생 말년 임종에 이르러서야 알았다.
일생을 인간이 아닌 생명 없는 물질에 두고 평생을 살았으니, 그 삶이 얼마나 삭막했겠는가!
누가 친구인가? 바로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 가고 있는 모든 이웃들이다.
고독(孤獨, 질고(疾苦), 무재(無財), 무위(無爲)의 사고(四苦)가, 정말 하소연 할곳조차 없는 적막강산인 것을!
내가 있는 요양원엔 젊은 날 각분야에서 활동하다가, 몸이 늙어 이제 가정에서도 퇴출 된, 아흔 한분의 노인들이 계신다. 이 분들이 다시 가정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생의 막다른 종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형상은 살아 있는 것같으나 이미 산자가 아니다 . 그래서 마음이 아린다. 몸도 상전이 되어 있고, 의식도 대부분 소통이 어렵다. 나도 저들축에 끼일 날이 그리 멀지 않다 싶어지면, 그들이 남이 아닌 내가 된다.
예로부터 친구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는
五無를 든다.
무정(無情);인정이 메마른 사람.
무례(無禮);예의가 없는 사람.
무식(無識);상식이 없는 사람.
무도(無道); '인의예지'가 앖는 사람
무능(無能);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 그러나 이는 정도의 차이 일뿐이다. 혹여 치매가 있다고 거리를 두지 말고, 세번이고 열번이고 다가서 보시라. 의사소통이 될리 없는 길 고양이가, 요양원 터밭에서 살고 있는데, 매일같이 먹이를 갖다주며, 매번 '나비야!'라고 불렀더니, 이젠 내 발자욱소리만 듣고도, '야옹'하며 다가 온다. 치매환자라고 소통이 안되는게 아니다. 진정한 대화는 세치 혀로 하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혼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참된 친구란?. 논어(論語)에
孔子가 제시한 세 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유익한 세 친구 익자삼우(益者三友)는, 정직한 사람,
신의가 있는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이다.
반면에, 해로운 세 친구 손자삼우(損者三友)는,
아첨하는 사람,
줏대 없는 사람,
겉으로만 친한 척하는 표리부동한 사람이란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나 아닌 타인에게서
益者三友를 찾으려 하지 말고, 내가 먼저 상대에게 진정한 益者三友가 되어 주자.
사랑도 그리움도 이제 희미해져가는 나이이지만,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인생의 사계절(유아, 청소년, 장년, 노년)을 다 여과하면서 희노애락을
나누었고, 갈 바람에 떨어지는 단풍잎새에도, 저녁노을의 사랑 노래도 있다. 실타래처럼 얼킨 인생살이 풀어 놓고, 희노애락을 같이하고,
나이 성별 상관없이
귀가 순(順)해져서,
붉게 물든 잎새처럼
농 익은 연인이 되어 보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고, 만나도 전혀 부담이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세상 살맛나고 행복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바로 그 사람이 나요 너라면 말이다.
이제 왔던 자리로
돌아가야하는 노년을 보듬고,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과,
송무백열(松茂柏悅)의 우정을 나누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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