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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교민 문우의 작품평

돌 박사 2007. 11. 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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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또 하나의 얼굴
글쓴이 : yung 번호 : 211조회수 : 682007.03.25 15:11
 

수필, 또 하나의 얼굴


월간 문학 3월호를 받자마자 거기에 실린 수필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수필들은 지금까지 보아오던 수필들 하고는 성격이 틀렸다. 이의 공통점은 재미가 하나도 없고 사건 위주의 수필이 아니라 논문을 읽는 것 같은 정형수필들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들어있더라도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가볍게 지나가고 주제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예를 들어 ‘바둑과 탁구’ 의 경우 “바둑을 잘 두기 위한 열 가지 비결”(김종훤 2007)을 첫째, 둘째 이런 식으로 나열하고 있었다. 특히 ‘여자라는 이름’ 이란 작품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모성 본능으로, 홀로서기 위하여” (석도익 2007) 등 소제목을 넣어가며 2페이지 반의 분량으로 써 내려갔다.


서양에서의 고전 수필은 정형수필들 이라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다. 즉 어떤 주제에 대하여 자기의 의견을 써 내려간 수필 형식이다. 호주의 대학생들이 해 가는 숙제의 제목이 Essay 이다. 이들이 해 가는 숙제가 정형수필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자기의 주장을 써 가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자기의 주장을 쓰되 반드시 근거를 바탕으로 아니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들을 토대로 자기의 논리를 펴야 한다. 즉 검증도 되지 않은 상상의 이야기를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글들은 재미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수필들이 ‘월간 문학 3월호’엔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아직까지 한 권 밖에는 책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3월호에 실린 수필들은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르지만 그들 나름대로 개성이 있듯 거기에 실린 수필들 또한 나름대로의 색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나는 수필을 그냥 있는 대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필이라고 하여 잘못된 수필이라는 생각을 갖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느끼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것, 그것이 수필을 읽는 마음의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수필을 가지고 내 잣대로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고쳐야 된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고치지 않으면 좋은 수필이 아니라는 지극히 편협적인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 것은 나를 닮으라고 강요하는 것 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붕어빵 찍어내듯 수필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모양에 비슷비슷한 맛이라면 누가 그 수필들을 읽겠는가? 남과 다른 것, 그리고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수필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월간문학 3월호에 실린 수필들을 읽고 재미없었다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피력했지만 이제 부터는 그런 말 자체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한 수필들이었다. 내가 재미있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  없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종훤 (2007), 바둑과 탁구, 월간문학 3월호,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117

석도익 (2007), 여자라는 이름, 월간문학 3월호,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117

                      

저 역시 갈수록 쓰기 어려운 게 수필이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다시 오신 것을 대.환.영.합니다. 누가 뭐라건 그냥 꿋꿋하게 나가다 보면 어느 날인가는 내가 추구하는 수필이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07.03.25 19:28

이주열님의 말씀 같이 "글이 바로 그 사람의 인성 이고 심성이며 인간성이 아닐런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글을 뜯어 고치라고 하는 것은 글에 뭍어난 그 사람의 인성, 심성, 인간성을 지워버리는 행위는 아닐런지요. 다만 띠어쓰기, 맞춤법, 철자법이 틀린 것 은 지적을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내 식으로 고쳤으면 하는 생각보다는 그 사람이 왜 그런 글을, 왜 그런 방법으로, 왜 그렇게 썼는가를 헤아려 보고 그 사람의 영혼이 손상되지 않는 방향으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 해 주는 방법이 그 사람의 색깔을 퇴색시키지 않으면서 일깨움을 주는 방법이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저도 종종 그런 무례를 저지르곤 했는데 미안합니다. 07.03.25 20:13

나는 아직 하고 싶은말만 왔다갔다 �갈리게 쓰고 있는데,영어책만 읽는 우리 아들도 수필이 감성보다 logic 으로 써야 한다고 충고하는데 헷갈립니다. 07.03.25 20:23

아드님의 충고도 일리가 있습니다. 서양은 그런 식으로 수필이 발달되었으니까요. 한국의 수필을 접해보지 않은 아드님은 당연히 그것이 수필의 정석인줄 알고 있겠죠. 서양의 수필을 접하기 어려운 우리들이 우리들의 수필이 정석인줄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한국도 앞으론 어떤 지식이나 삶에 도움이 되는 수필들이 선호될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그렇게 감성적인 글을 읽으며 유유자적할 여유가 없거든요. 살아남기 위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든요. 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글, 당연히 그런 글들이 각광을 받겠죠. 07.03.25 22:43

수필을 평하는 것은 작가의 생각을 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남에게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무리없이 잘 읽히도록 질서를 잡아 주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07.03.28 08:01
제글은 전달하려든 의도 와 달리 오해로 전달되는경험을 합평회때 했읍니다.무리가 느껴지더라도 지적을 해줄 사람이 있다는것은 행운이 라고 생각됩니다. 07.03.29 15:45

우리 모두가 조금은 반성해 봐야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놀랐습니다. 우리가 회원들 글을 읽고 합평을 하는 것은 '내 마음- 내 느낌'이 기준이 아니라 수필의 정의,글쓰기의 기본 구도를 잘못 잡았을때 지적하는 것이지 개인적인 감성이란 자를 대고 합평은 한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좀더 수필이란 장르를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07.03.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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