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빌려온 좋은글

더위는 아직도 농성중인데

돌 박사 2024. 8. 19. 09:10


아무도 올 사람이 없으면서도
자꾸 대문에     눈빛을 보낸다.
아직 폭염은 대문 안에서 농성중이다.
그래서 가을바람이 대문 앞에서 되돌아간다.
몰래 대문 틈새로 숨어들어온 귀뚜라미는
새벽에만 잠시 울다 멈춘다.
태양은 언제나 서쪽을 향해 기울고,
치명적인 그리움은 빨갛게 꽃으로 핀다.
여름날의 나는    절대 고독하다.
그래서 세상은 적막하고, 바람은 무게중심이 바뀔 때마다 야생의 본능으로 운다.
세상에 끼워 넣어 가둘 수 없는 마음만
띄어 말하기를 무시한 채 혼잣말을 한다.
첫사랑의 몽유처럼 숨 가쁘게.
여름 한 낮이 상사병을 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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