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평생
詩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은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2001년 시와 시학사]
🌳 🌳 🌳 🌳 🌳
재미있고 해학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詩다.
하루를 살았건
천 년을 살았건
한평생이다.
하루살이는 시궁창에서
태어나 하루를 살았지만
제 몫을 다하고 갔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간다고 외쳤다니
그 삶은 즐겁고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매미는 7년을 넘게
땅 속에서 굼벵이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7일을 살고 가지만
득음도 있었고
지음도 있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인간은 음을 알고
이해하는데 10년은
걸리고 소리를 얻어
자유자재로 노래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자면
한평생도 부족하다는데
매미는 짧은 生에서
다 이루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사람은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어도
즐기지 못하고
모두 다음으로 미룬다.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다니 이 얼마나
허망하고 황당한 일인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맹목적으로 허둥대며
살다가 후회만 남기고
가는 게 인생인가보다.
천 년을 산 거북이는
모든 걸 달관한 듯
세상에 바쁜 일이 없어 보인다.
느릿느릿 걸어도
제 갈 길 다 가고
제 할 일 다 하며
건강까지 지키니
천 년을 사나 보다.
그러니까
하루를 살던
천 년을 살던
허긴 모두가 일평생이다.
이 詩에서 보면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모두가 후회 없는 삶인데
유독 인간만이 후회를
남기는 것 같다.
사람이 죽은 뒤
무덤에 가보면 껄 껄 껄
하는 소리가 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웃는 소리가 아니라
좀 더 사랑할 껄,
좀 더 즐길 껄,
좀 더 베풀며 살 껄,
이렇게 껄껄껄 하면서
후회를 한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련한 일인가.
一面 재미있어 보이는
이 풍자 詩가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작가이자 시인 반칠환은…
196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남초등학교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02년 서라벌문학상, 2004년 자랑스러운 청남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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