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야놀자
■ 대식국(大食國)
사람에게 필요한 의·식·주 가운데에서도 먹는 일은 하루도 빠뜨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먹는 것을 중시한 듯하다. 밥 먹었느냐는 말이 인삿말이 되어 있을 정도이다. 옛날 문헌에 우리나라를 대식국(大食國)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과연 조선시대 사람들은 하루에 몇 끼를 먹었을까?
식사를 ‘조석(朝夕)’ 이라 한 것으로 보아 하루 두 끼가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 점심은 안 먹었단 말인가? 점심이란 말은 이미 조선 초기에 등장한다. 점심은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는 간식 정도의 식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점심’ 은 중국의 스님들이 새벽이나 저녁 공양 전에 문자 그대로 ‘뱃속에 점을 찍을 정도로 간단히 먹는 음식’을 말한다.
《쇄미록》에는 간단히 먹은 경우에는 ‘점심’이라 하고, 푸짐하게 먹은 경우에는 낮밥[주반(晝飯)]이라 하여 점심과 구분하고 있다. 궁중에서도 아침·저녁에는 ‘수라’를 올리고, 낮에는 간단하게 국수나 다과로 ‘낮것’을 차렸다. 점심이라는 말은 차츰 ‘낮밥’을 의미하는 말로 바뀌었고, 점심은 간식에서 간식 정도의 식사로, 그 다음 정식 식사로 발전하게 된다.
하루의 끼니 수는 계절에 따라 달랐다. 19세기 중엽 이규경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대개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동안은 하루에 세끼를 먹고,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5개월은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고 되어 있다. 18세기 후반 성균관에서는 해가 긴 여름에는 간단한 점심을 포함하여 세 끼를 먹고, 해가 짧은 겨울에는 두 끼를 먹었다고 한다. 물론 살림 형편에 따라 서민들은 하루 두 끼에도 만족해야 했고, 부유한 사람들은 세 끼 또는 그 이상을 먹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1905년 러시아 대장성에서 발간한 《한국지》에는 한국인은 하루에 서너 번 밥을 먹는다고 되어 있다. 이는 아침식사 전에 죽 따위를 먹는 ‘조반(早飯)’을 보태어 한 말인 듯 한데, 여기에 밤참까지 포함하면 다섯 끼가 된다. 하지만 하루 끼니 수는 두 끼가 일반적이고 간단한 간식 정도이던 점심이 점차 정식 식사로 자리 잡아 세 끼로 바뀐 것은 20세기 중반으로 보인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