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빌려온 좋은글

곤드래 딱주기

돌 박사 2023. 2. 7. 12:54


고려말 충신 최영 장군의 무덤에
풀이 나지 않는 까닭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성계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
최영 장군이 한 말 때문입니다.

“내가 평생 나쁜짓을 한적이 없는데 다만 임렴(林廉)을 죽인것은 지나쳤었다.

내게 탐욕스런 마음이 있었다면
내 무덤에 풀이 날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풀도 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뒷부분만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임렴을 죽인것이
지나쳤다’는 말은 고려말의
무신 임견미 와 염흥방을
처형한것을 후회한다 는 말입니다.

두 사람은 엄청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임금까지 농락하다
왕의 밀명을 받은 최영에게
잡혀 처형당했습니다.

최영 장군은 임견미와 염흥방을
죽인 일 자체보다 그의 일족을 전부 몰살시킨것을 안타까워한 것입니다.

최영 장군이 청렴하고 검소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도 아버지 최원직이 어린 최영을 가르치며 한 말입니다.

최영 장군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허리띠에 새겨놓고 평생토록 간직했는데 재상이 된 후에도
남의것을 탐내지 않았으며
재물도 먹고사는 수준에 만족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 최영 장군이 평소 즐겨먹은
음식이 나물밥 입니다.

고려말의 상류계급은 서로를
초대해 바둑을 두고 진수성찬을 나누어 먹으며 사교를 했습니다.

하지만 최영은 손님이 찾아와도
한낮이 지나도록 식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겨우 날이 저물어갈 무렵이
되어서야 간신히 나물을 넣어
지은 밥을 차려서 내왔습니다.

손님들은 워낙 배가 고팠던 참이라 나물밥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며 ‘밥맛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시장기 때문에 진짜 맛있었던 것인지 혹은 최고 실권자 의 집에서 내놓은 밥이니 대놓고 불만을 말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기준으로 보면 먹기에 편한
밥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나물밥이
주로 가난한 집에서 모자란 양식을 대신해 나물을 넣어 밥을 짓거나
흉년이 들었을 때 곡식 한 톨이라도 아끼기 위해 먹었던 밥이기 때문입니다.

곡식은 모자라고 배는 채워야겠으니 흔히 구할 수 있는 산나물을 뜯어 넣어 밥을 지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것 이 곤드레밥으로, 강원도 중에서도 산골짜기인 정선과 인근에서 봄철 춘궁기 에 화전민들이 먹던 음식입니다.

쌀은 물론이고 보리나 감자,
옥수수 등이 모두 떨어지면 산나물인 곤드레 를 따다가 허기를
달랜 것입니다.

민요 정선아리랑을 들어보면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참살이 음식이자 별미로 각광받는 곤드레밥이 그렇게 먹기 힘들었을까요?

요즘에는 곤드레 나물을 넣어
밥을 짓고 맛있는 양념간장에
비벼서 먹으니 맛있는 것이지 예전에는 그렇게 먹지 못했습니다.

주로 곤드레 나물에 콩나물을 잘게 썰어 섞어서 죽을 쑤어 먹었습니다.

그나마 곤드레 나물마저 캐지
못하면 생으로 굶거나 다른
식물을 구해 먹다 얼굴이 퉁퉁부어 부황이 들어 죽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삶을 살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먹은 처절한 음식이 곤드레밥입니다.

나물밥은 본래 모자란 곡식 대신
나물을 넣고 양을 불릴 목적으로 먹었지만 세월이 갈수록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별미로 발전합니다.

조선 문헌에 등장하는 나물밥도
종류가 다양한데 곤드레밥을
비롯해 콩나물밥, 시래기밥,
도라지밥, 김치밥에 무밥, 쑥밥, 송이밥도 있습니다.

나물뿐만 아니라 감자밥, 고구마밥, 칡밥, 도토리밥에 밤밥도 있고
감을 넣고 지은 감밥, 감잎밥,
배추속 대밥에 연근밥, 죽순밥도 있습니다.

사람팔자 알 수 없다는 말처럼
음식 팔자도 알 수 없습니다.

옛날에는 주린배를 채우려고
먹던 밥이 지금은 대부분
별미로 인기가 높습니다.

사실, 지금 거리 음식 의 상당수는 옛날에는 왕이나 지배 계층이 먹던 기름진 음식입니다.

반면 비싼 돈 내고 먹는
참살이 음식은 농민과 서민들이
먹던 열량이 낮은 음식들 입니다.

곤드레밥 역시 오늘날에는
참살이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음식의 새옹지마 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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