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국가 난도질’ 권한 없다
한희원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국가에 5년 ‘전세 입주’ 대통령
황제·절대군주·독재자와 달라
수리해도 근간 파괴해선 안 돼
41% 득표로 당선된 文대통령
전통질서와 동맹까지 흔들어
국가적 고통과 무질서 부를 뿐
지미 카터가 미국 제39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의 일이다. 땅콩 농장 일을 하던 카터의 어머니는 이웃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 아들이 워싱턴에 잠시 취직돼 가네요!” 평범하지만, 대통령 임기를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 명언이다.
미국은 최초로 대통령 제도를 시행한 나라다. 그 이유는 이렇다. 미국은 영국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사람들이 건국한 나라다. 자유의 박해를 피해 온 그들은 신분이 모두 똑같은 평민들이었다. 왕이나 귀족의 후손도 없었다. 지배계급이 따로 없었다. 신대륙으로 자유를 찾아온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우리 중에서 대표자를 뽑아 4년간 봉사하기로 하자! 이에 대통령은 그저 똑같은 이웃 사람 사이의 대표자라는 의미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선거라는 ‘로또 복권’으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은 이제 국가라는 건물에 입주한다. 당연히 건물을 부분적으로 개조하고 수리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임기가 한정된 대통령이 국가를 손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라는 건물을 들었다 놨다 깨부술 권리는 전혀 없다. 대통령은 국가에 잠깐 세 들어 사는 세입자일 뿐, 결코 국가를 접수한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황제도, 절대군주도, 영구 집권자도 아니다. 임기 동안 한 일을 평가받는 잠시 동안의 심부름꾼일 뿐이다. 국가를 탄생시킨 사회계약이나 헌법 그 어디에도 대통령에게 국가를 파괴할 절대권력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대통령들은 어떠했나? 거의 모든 대통령이 한정적인 임기에 맞지 않는 일들을 하려고 나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분 나쁜 일제 통치의 총독부 건물이라는 이유로 중앙청 건물을 깨부수었다. 역사적 유물은 불행한 추억이 담겨 있대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허물어 버릴 수 있는 벽돌 더미가 아니다. 선조의 혼과 얼이 담겨 있는 역사적 상징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개발도 마찬가지다. 일부를 시범적으로 정비하고 효과를 보면서 점차 늘려 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임기 중에 4대강을 모두 처리하려다가 지독한 반발을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만만찮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41.1%의 득표로 당선됐다. 임기도 한정적이지만 국민 대표성은 50%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반도 안 되는 국민 대표성으로 국가의 전통 질서를 적폐라는 이유로 뒤집었다. 선거제도도 바꿨다. 수사와 정보 체계도 바꿨다. 경제 체계도, 복지 체계의 본질도 바꿨다. 부동산 정책을 수시로 바꿔 세금의 본래 역할마저 바꿨다. 외교·안보 질서도 바꿨다. 그 결과 누가 동맹이고 적(敵)인지도 애매하게 동맹 질서도 변했다.
임기는 5년 단임인데 아예 국가를 개조하려고 든다. 정부 조직도 5년 임기에 필요한 만큼만 바꾸면 될 일임에도 조직의 속성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대통령보다 훨씬 오래 일하게 되는 공무원들은 어지럽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눈치나 보면서 정권의 심부름이나 하게 된다.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정치 이념이 출현해서 국민성을 희롱했다. 공산주의 원조인 옛소련이 시행했던 ‘소비에트 인간형 개조 실험’이 대표적이다. 그것은 ‘능력에 따라서 일하고 필요에 따라서 분배한다’는 불가능한 명분을 달아서 당(국가)에 의존하는 나약하고 수동적인 평등형 인간을 찍어내려고 한 인간성 개조 실험이었다. 물론 실패했다.
영국의 혁신 정치가인 에드먼드 버크가 설파했듯이 국가는 과거·현재·미래라는 3대에 걸친 영혼(정체성)이 어우러져 있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버크는 말한다.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 그리고 미래 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정신이 국민이고 국가다. 잠깐 무너지더라도 언제나 다시 살아나는 영원한 협력체가 국가다. 국가 안에서 또다시 일어나서 달리는 영속하는 정신이 국민이다!’
어느 순간 나타난 어떤 대통령이 국가를 난도질할 때 국가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다. 개혁에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통 질서의 연속성을 깨고 완전히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개혁은 착각이다. 그것은 무질서와 혼동을 부르는 파괴일 뿐이다.
개인은 어리석다. 다중도 얼마간은 어리석다. 그러나 영속하는 국가는 현명하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국가는 항상 올바르게 판단했다. 이것이 진보로 포장한 파괴자들을 역사의 법정이 단죄한 정의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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