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에게 속치마 주머니 깊숙이 꼬깃꼬깃 넣어두었던 천원짜리 한 장을 큰 맘 먹고 꺼내서 과자 사먹으라며 건네주려 하는데 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는 좋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할머니가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 한다. “할머니 지금 천 원짜리 과자는 없어요.”
일원에 왕사탕 두 개하던 때에는 어린 시절이었고 라면과 스프가 열개들어 있는 한 다발 봉지를 50원에 사서 끼니로 때우며, 공장직원 월급이 2~3천원이던 시절에 손발이 닳도록 일했던 할머니로서는 현 시대를 살아오면서도 즉석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할머니가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를 손자에게 한다. “애야 땅을 한길파도 십 원짜리 동전하나 안 나온 단다.” 라고 돈의 귀중함을 이야기 하려하자 “할머니 나는 그냥 길에서도 오백원짜리 동전도 두 번씩이나 주웠는데” 하고 개그로 받아넘기는 손자에게 절약과 저축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야기는 해봐야 씨앗도 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설 때면 아이들의 세뱃돈으로 천원짜리를 새 돈으로 준비해놓았는데 언젠가 부터 아이들의 호응도에 따라 5천원권이나 만원권으로 바뀌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급속히 높아져 화폐단위 가치가 아이들에게 마저도 관심을 끌 수없이 하락한 천원의 실체지만 아직도 경제성장이 뒤져있는 동남아 여러 나라에 가서 보니 우리나라의 천원의 가치는 대단한 위치에서 희망의 날개를 달고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장님! 천원! 천원! 세 개에 천원 싸요 싸.” 우리말이 서투르지만 그런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구사하며 한국관광객을 따라다니며 방물을 팔려고 하는 외국관광지 노점 상인들의 목소리다.
국내에서는 과자 한 봉지도 못 사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천대를 받고 있는 천 원짜리가 다른 나라 외국인들에게는 귀한대접을 받으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화폐가 통용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호텔에서 봉사료도 천 원 한 장이면 대우받고 체면이 선다. 천원짜리 돈을 한줌 쥐고 천원을 외치고 있는 외국에 노점상, 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상징적이면서도 현실적 가치를 톡톡히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성장하니 우리 돈 천원이 대접을 받고 그들은 천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한국인을 부러워하며 천원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천원짜리 한 장에도 이처럼 대단한 위력과 값어치가 있음을 볼 때 천원짜리를 사용하는 나라 국민으로서 어깨에 힘이 솟아남을 느낀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