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넓은 내 1,000인의 화음

돌 박사 2019. 7. 30. 20:20
2019-07-30 오전 11:15:35 입력 뉴스 > 홍천뉴스

[석도익 칼럼]넓은 내 1,000인(人)의 화음(和音)

 칠월 장마전선 물먹은 잿빛구름은 탁 가라앉아 무거운 배를 내려 밀고 금방이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하늘과는 아랑곳 하지 않고 넓은 내 분지 꽃뫼공원을 중심으로 시내가 온통 초록빛으로 점점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소설가  석 도 익

다섯 살 박이 어린아이 고사리 손에 리코더를 들고, 여섯 살 어린여아도 오카리나를 목에 걸고, 열 살짜리 개구쟁이도 바이올린을 메고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악기의 무게가 힘드실 연세의 어르신도 늦게 배운 실력을 선보이고 싶은 참이셨다고, 손자 안듯이 아코디언을 안고 나오시고, 지역에서는 유명한 국악인도 잼버린 들고 대중 속으로 묻힌다.

 

진짜사나이 군악대도, 홍천이 좋아서 살러온 귀농귀촌인 들이 향수를 달래던 악단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여가를 즐기시는 실버악단도, 중고등학교 고적대며, 마을 색소폰 트럼펫 동호인들도, 저마다 악기를 들고 지정된 자리를 찾아 똬리를 틀듯이 모여 앉고, 휠체어를 타고오신 분들은 별도의 의자는 필요 없었다.

 

홍천군민이 함께하는 ‘1000홍천 Festival’727일 저녁 6시 꽃뫼공원 앞 시가지 대로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공연은 홍천군이 마련하고 한국예총홍천군지회에서 펼친 1,000명의 연주자와 합창단이 함께 화음을 맞춰 공연하는 이색적인 음악축제로 새로운 천년의 시작과 제36회 홍천군민의 날을 기념하고자 기획됐다.

 

사전 신청한 개인과 단체 1,000명이 참여할 예정으로 참가자는 악기 연주의 수준,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전문 음악인에서 부터 오케스트라, 동호회, 군악대, 학생동아리, 합창단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고 한다.

 

악기 구성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롯, 색소폰, 우쿨렐레, 기타, 하모니카, 아코디언 오카리나 등 다양한 악기 연주자가 함께하며, 관내 합창단과 합창동아리 등도 참여해 멋진 연주와 함께 화음으로

 

연주곡은 반달메들리, 홀로아리랑, 임이오시는지, 휘날리는 태극기, ~대한민국, 우정의 노래, 석별을 공연했는데, “홍천으로 오세요.” 같은 홍천에 관계된 한곡쯤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잿빛 하늘이 짓누르고 있는 습한 장마철, 무더위가 목 줄기에 땀을 뽑아 흘러내리는데, 평소 같으면 짜증내며 투덜거려야 정상이고, 하늘을 바라보며, 봄내 가뭄으로 태풍이라도 지나가길 바라던 농심의 푸념으로, 또는 앞이 안 보이는 갑갑한 정국에 대한 분노를 일갈하며, 잿빛으로 가라앉은 하늘을 구멍 내고 싶은 충동마저 느껴지던 시기다.

 

1000인이 한마음으로, 한 음계로 연주하고 주민2,000여명이 함께 부르는 음악이 홍천분지에서 밤하늘로 희망의 음률이 되어 퍼져 나가고, 홍천출신 가수들과 해밀학교를 세워 홍천과 인연을 맺은 인순이도 무대와 객석을 누볐으며, 하늘도 장맛비를 쏟아 내리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고 참고 있는 듯 했다.

 

필자는 천인의 음악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연 인원이 될까? 했으나 그건 기우였다. 1천명을 넘어 계속 접수되고 있다는 말에 놀랐다.

역시 홍천은 넓은 내다.”

 

음악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영역의 음과 소음을 소재로 하여 박자·선율·화성·음색 등을 일정한 법칙과 형식으로 종합해서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이다.

 

무엇보다도 음악은 인간의 모든 벽을 허물고 함께 소통 할 수 있는 외교사요, 통역사요. 심리사요. 치료사다. 홍천1,000인 음악축제는 사람과 사람사이를 한마음으로 동화시킨 자리였으며, 이를 기폭제로 화합의 장을 이루어 다시 홍천천년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할 것이다.

 

혼자서는 결코 살아 갈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야할 홍천사람들이다.

      홍천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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