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제 털뽑아 제구멍에

돌 박사 2015. 11. 22. 10:31

2015-11-22 오전 7:03:28 입력 뉴스 > 홍천뉴스

[석도익 칼럼] 제털 뽑아 제구멍에

 흔히 고지식한 사람을 일컬어 “제털 뽑아서 제구멍에 박는 사람”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남의도움만 받으려 하고 탐하는 것 보다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력으로 산다. 고하는 면으로 볼 때 요즘으로선 착한사람일수도 있다.

 

                                 소설가  석 도 익

 

하지만 예술작품창작이나 활동을 한다 던지 이를 생활수단으로 하던가. 좋아하는 사람은 제 털은 물론 남의 털도 뽑아서 새로운 창작을 시도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먹고 입고 사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에서 예산이 부족하면 제일먼저 예술문화 부분에 예산을 줄이려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가난하고 살기 힘들 때일수록 예술문화가 버팀목이 되고 또 그때마다 예술문화가 융성해 지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사람은 빵 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생명을 이어주는 빵이 먼저겠지만 사람만은 오감을 통해서 모든 것을 고루 얻어야 한다. 여기에는 정신적인 고품도 우선한다.

 

메마르고 각박한 삶에 정서를 찾아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예술문화 생활은 사람을 사람 되게 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많이 읽지 못한 사람이랑 대화를 해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지능이 낮은 동물들도 음악을 좋아하고 심지어 식물까지도 느낀다니 예술세계의 가치는 무한하다.

 

필자가 우리고장 예술 활동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예술문화 활성화를 꾀하고자 무궁화 전국사진공모전을 계획하던 때의 일이다.

 

예산문제로 의회에서 갑론을박 중에 “왜 우리의 혈세를 다른 지역에 상금으로 주어야 하는 일을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상금이라야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지역경제를 위하여 충직한 애향정신은 높게 평가될 수 있을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전국에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우리고장을 찾아와 사진을 찍고 널리 홍보되어 지역경제와 인적교류활성화에 기여되는 측면은 못보고 단지 타지방 사람들이 행여 상금타갈까 두려웠던 것이다.

 

다행인지 첫해에 대상작품은 우리지역 작가가 해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많은 예술문화 활동의 무대를 우리지역에서 유치하고 활성화를 꾀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필자의 단체에서 우리지역 특정 발전기금에 공모사업으로 전국 결혼이주다문화 포함하여 모든 여성들의 자기개발과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문예작품공모전을 수회 째 개최하고 있어서 매우 높은 인기를 받고 있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작금에 와서 사업심의 위원이 우리지역 기금을 전국을 상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단다.

 

복지기금이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발전기금이다. 이마저 제털 빼 제구멍에 박아야 한다는 논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며 발전의 위해요소인데도 우리는 그것이 얼핏 타당한 논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영원히 혼자이고 뒤쳐질 수밖에는 없다.

 

우리는 전국에서도 가장 넓은 땅이 있고 그 어느 지방보다도 발전가능성이 무한히 잠재해 있는 곳임에도 예술문화면으로는 가장 뒤처지고 있다.

 

지역역사를 담아놓은 박물관 하나 없고 문향의 고장이라고 자랑하지만 문학관도 없어 자랑스러운 예술문화유산들은 잊혀 가고 있다.

 

이는 예술문화인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것이며, 지역민이 예술문화 에 대한 관심과 의식에 대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세계가 하나라고 하는 글로벌 시대다. 제털 뽑아 제구멍에만 박고 살아갈 수는 없는 시대이다. 내 털도 뽑아 나누고 남의 털도 빌려서 써야한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