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도익 소설가
돌아가야 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자연생태계에 꼭 필요한 역할이 있을 것이기에 생겨났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영원히 살지 못하고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므로 죽음을 불사하면서라도 종족을 번식하려 한다. 만물의 영장임을 자부하는 사람도 누구나 다 태어난 보람이 있고 살아가면서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며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하느라 힘을 다 쓰고 돌아가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와 탯줄을 끊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간으로 독립하지만 성장이 그 어느 생물체보다 느린지라 1년이 지나야 뒤뚱대며 겨우 걷는 것을 보며 대견하다 한다. 제 밥벌이 하려면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고 공부 가르쳐야 하며 결혼한 자식이 자식을 낳았는데도 부모가 뒷바라지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의학의 발달로 백 세 시대지만 생활을 편하게 사는 대신에 생존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 사고나 변을 당할지 모르는 불확실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죽음을 알리는 말이나 대답하는 것을 보면 어려운 말로 “사망했다.” “유명을 달리하셨다.” “세상을 뜨셨다.” “운명하셨다.” “작고하셨다.” 영면하였다.“ ”천명하셨다.“ 고 하는데 예부터 많이 써온 돌아가셨다는 말은 들어보기 드물다. 하지만 지상에 모든 생물은 다 생이 끝나면 자연에서 왔듯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공기는 바람으로 수분은 물로 뼈는 석회로 살은 흙으로 정신은 신의세계로 모두 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사고로 또는 자살로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도 다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이들은 안타까운 운명이지만, 천수를 다하신 분의 임종을 지켜보면 숨이 멈추어지며 얼굴에 홍안이 번지고 잔주름이 펴지면서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수를 다하신 분들은 임종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평온한 마음을 전해주고 간다. 세상에 태어나 내가 해야 할 일 다 하고 육체의 고향인 땅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하게 돌아갈 수도 없게 한다. 망자의 시신을 태워서 산화시키고 한 줌의 재도 항아리에 넣어 다시 보관하는 장례문화가 대세다. "내가 죽거든 무덤을 만들지 말고 과일나무 밑에 묻어 거름이나 되게 하라"는 한서 남궁억 선생님이 남기셨다는 유언이 생각난다. 사람으로 이 세상에 왔으니 할 일 다 하고 보람 가득 남기고 돌아가야 한다. |